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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볕이 잘 들고 풀냄새가 나는 곳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 글/그림 코알라다방/북극곰          

                                                      이서     

그림책 <내가 살고 싶은 집>에 표지는 환타스틱 보라색이다. 파스텔 톤의 보라색 표지의 그림책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 버렸다. 이 그림책에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보라색은 등장인물의 환상 체험의 공간인 거 같다.  코알라다방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코알라다방님은   제 5회 <상상만발 책그림 공모전> 당선 작가다.

처음에  공모전 당시의 더미북은 밤의 요정들이 사는 장소를 소개한 글 없는 그림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공모전 전시 후 북극곰 출판사의 출간 제의를 받았다. 행복한 스토리텔러 이루리 편집장님은 그녀의 환타스틱한 그림책에 스토리를 함께 얹는 작업을 했고,  그 결과

<내가 살고 싶은 집>이란 그림책이 탄생한 것이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와 미니어처 하우스 같은 아기자기한 그림 속, 집에는 밤의 정령이 살고 있을 거 같다. 내가 그림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제목과 표지 그림이다. 이 그림책의 표지는 환타스틱하고 러블리한 일러스트가 백미다.

 특히 32쪽과 33쪽의 펼침 그림은 정말 아름다워서 원화를 구매할 수 있다면 소장하고 싶다.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선 어떤 풍경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안고 표지를 넘겼다.  면지 가득 보라색 어둠으로 채워진 빈방이 보인다. 이 빈방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뒷 면지를 넘기니 빈방에 알알이 박힌 불빛이 보인다. 빨강, 초록, 파랑, 얼음이 박힌 보석바같다. 이 미색 불빛은 보라색 어둠이 덮인 빈 방에 있는 소파, 책장, 스탠드, 화분에 조그맣게 뚫린 작은 창문과 현관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다. 

밝고 포근한 미색 불빛이  점점이 모여 방안을 포근히 밝히며 “자장자장 평안히 잘도 잔다.”로 마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 잠이 솔솔 들 거 같다. 

 이 책의 스토리는 장난감 가게 쇼 케이스 안에 동물 인형 <꼬미>가 <곰곰>이와 함께 팔려 상자 안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손때를 묻히며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동물인형들이 만약 자기만의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집을 갖고 싶을까? 라는 물음이 신선하다. 자신을 갖고 노는 아이의 집이 당연히 자기 집인 반려 인형들도 살고 싶은 집이 있을 까? 

이런 물음을 던지면서 순간 든 생각이 있다.  

과연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있나? 

  <꼬미>가 살고 싶은 집은 “전망이 좋은 집”이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맘에 드는 집을 고르는 법이다. 꼬미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에 안내로 이런 저런 집을 신중하게 보러 다닌다.  이모를 따라 둘러 본 집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서랍장이거나 주전자, 화분을 개조한 집들 같다. 이모가 보여준 멋진 집 중에서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집을 고르라면 나는 화분을 개조한 집을 꼬미가 선택했으면 했다. 나는 볕이 잘 들고 풀냄새 꽃향기가 나는 집을 좋아한다. 그림책의 결말 스토리에  꼬미가 고른 싶은 집은 어떤 집일지?

  이 그림책은 다양한 형태에 집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때 우리 집은 공영주택 단지 안에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나라에서 저렴하게 지어서 분양한 공영주택은 평수도 구조도 똑같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원에서 서울 구로동으로 이사를 왔다, 부엌이 입식이 아니고 푸세식 화장실을 쓰는 공영주택은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눈이 오면 지붕이 주저앉았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 집은 그닥 나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건 시멘트로 씌운 마당 가운데 벽돌을 쌓아 둥글게 만든 화단 가득 자란 붓꽃이다. 밤이면 더욱 짙어지는 붓꽃 향기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첫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15평 주공 아파트를 사서 입주를 했다. 신혼 때 옥탑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적금을 모았다. 다행히 생애 최초 주택 대출이 저금리로 있어 결혼 7년만에 내집을 가졌다. 싱글 침대 하나면 꽉 차는 아이 방에 미니 책상을 맞춰 세우고, 집이 좁아서 들이지 못한 가구들을 대신해 돌하우스에 놓는 미니어처 가구를 사서, 아이 책장에 예쁘게 진열해 주었다. 피아노도 놓고, 엔틱 옷장에 전원이 들어오는 미니 스탠드도 사서 놓았다. 작은 미싱도 놓고, 미니어처 소품 도시락 세트도 가지런히 놓았다. 아쉽게도 아이는 진열대 앞의 미니어처 돌하우스에 심드렁했다. 반면에 나는 너무 좋아서 심장이 콩당콩당 뛰고 배꼽이 간질 간질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났고 나는 지금 서재가 따로 있는 제법 괜찮은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가구도 현실 사이즈로 적당히 채워 놓았다. 이 집은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함께 하는 공동 공간이다.

 코알라다방 작가의 그림책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읽으며, 만약에 누군가 나에게 “너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이니?”하고 물어 온다면  나는 커다란 통창이 있어 볕이 잘 드는 집, 풀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집,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할 거 같다. 실제로 그런 공간을 얻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3년간 폐업 상태다. 큰 딸은 이런 내가 최근에 다른 학원 자리를 계약했다고 했더니 “엄마 돈버는 학원 아니고 세컨 하우스 얻는 거지?”하고 되물으며 웃는다.  

 그림책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보고, 나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낮에는 바람이 머물다 가고, 밤에는 별빛이 쉬다가는 곳, 보라색 어둠이 깔리면 책꽂이 가득 꽂힌 책의 요정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날아 다니는 집을 갖고 싶다고.   비취색 옥스퍼드 조명 놓인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레트로 감성의 음악 볼륨을 높이고 악을 쓰고 따라 불러도 방음이 잘되는 그런 집이 내가 갖고 싶은 집이다.

 코알라다방 작가의 환타지 그림책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읽고 각자 마음 속 한 귀퉁이에 품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지 이미지를 떠 올려 볼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글그림 작가 코알라다방님이 여러분에게 말을 건다. “저 혹시 시간 있으시면 저랑 <내가 살고 싶은 집> 보러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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