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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가요 <쌍화점>

조선의 싱어송라이-작자 미상 고려인     

고려가요 <쌍화점>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이 남녀상렬지사라 정한 금지곡 '쌍화점'                              

속요(俗謠)는 고려 시대에 평민들이 부르던 노래로 민요적 성격이 강한 서정가다.

고전시가 작품 중에는 2007년 시대극 장르 영화로는 성공한 <쌍화점>이란 영화 제목이 <만두가게>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 같다. 비주얼이 엄청난 영화 배우 주진모, 한류 스타 조인성, 그리고 런닝맨의 요정 송지효가 주인공인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생전 처음으로 고려가요가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걸 알았다. 명색이 국어 선생님인데도...

영화 쌍화점에서 주진모가 술대라는 나무 막대기로 거문고 줄을 튕기며 당시에 유행가인 <쌍화점>을 부르는 장면을 유튜브로 수업 중에 아이들에게 보여 준 적이 있다. 영화 포스터를 보여 주면서 “너희들 혹시 이 영화의 제목 ‘쌍화점’이 무슨 뜻인지 아니?”라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한다. 내가 쌍화점의 쌍화가 중국 사람들이 즐기는 만두고, 점이 가게라고 알려 주면, 질색을 하고 비명을 지른다. 조인성과 주진모, 송지효가 연기하는 비극적인 역사 드라마의 제목이 만두가게라니 하는 실망스런 제스처와 함께 유튜브 동영상을 뚫어져라 보며 주진모가 부르는 노래 <쌍화점>을 듣는다. 1분 42초짜리 영화 예고 동영상엔 주진모의 노래만 나오는 게 아니다. 19금 청소년 불가인 영화 소개에 부적절한 장면도 나오는데 아이들이 눈동자가 좇아가는 속도를 앞서 화면을 끊지 않으면, 엄청난 탄성과 야유를 듣게 된다. 물론 그 장면을 끊어도 안타까운 탄성이 터진다.

쌍화점은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 ‘쌍화점’의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 쌍화는 '만둣가게 '란 뜻이다. 만약 영화 제목이 '만둣가게' 였으면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까?


고려가요 <쌍화점>의 시대적 배경을 알면 이 영화의 제목이 ‘만두가게’라는 당시의 유행가고 ‘만두가게’란 유행가를 공민왕이라 짐작되는 고려왕인 주진모가 궁중 연회에서 직접 부르는 장면의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고려 가요 <쌍화점>은 충렬왕 즈음에 지어져 궁중 연회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원나라 공주와 정략 결혼을 하는 이야기나, <자제위>라고 불리는 꽃미남 부대를 경호 무사로 채우고, 반원 정책을 펼쳤던 공민왕의 동성애와 조인성, 송지효, 주진모의 삼각 관계를 그린 치정극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다.

고려 가요.  쌍화점은  남녀상열자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악장가사와 시용향악보에 실려 있다.

네 개의 연에는 회회아비 고려에 와 있던 몽고인와의 밀애.절의 사주 승려와의 밀애 우물 용임금과의 밀애, 술집 아비술집주인을 비롯한 장사꾼과의 밀애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후렴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다양한 표현 기법을 사용했으며 당시 고려 사회의 성 풍속이 자유분방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제목이 나오는 쌍화점은 1장에 등장한다.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만

회회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가게 밖에 나고들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고려여자 A가 부러운 고려여자 B)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같이 답답(난잡)한 곳이 없다(손목 잡힌 고려여자 A)

  고려 가요 <쌍화점> 1장  출전 <수능특강>     

여기서 첫 연의 '회회 아비'는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을 지칭하는데, 위구르족은 색목 인에 속하는 계층이다. 고려 시대 아라비아 상인 무리와 함께 벽란도로 들어와 서안을 중심으 로 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부다처제를 채택한 개방적인 성문화로 고려 여성들 사이에서 은근 인기가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1연의 내용은 만둣가게에 만두를 사러 갔다가 회회 아비에 게 손목을 잡힌 여성이 당황하지만, 이후 협박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는 의미 없는 후렴구, 흥을 돋우는 추임새라고 보면 된다. 이후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이후 3인칭 관찰자인 시적 화자 가 점잖게 그 상황을 비판한다.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난잡한 곳이 없다)”고.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칭기스칸의 손자)의 사위이자 방탕한 생활을 했던 고려 25대 왕 충렬왕(忠烈王, 재위: 1274~1308) 시기에 지어진 이 <쌍화점>은 당시 퇴폐한 성 윤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여 조선시대에 대표적인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작품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창한 운율과 아울러 봉건시대의 금기이던 왕궁을 우물로 제왕을 용으로 비유하여 비정상적인 성문화를 풍자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당시 대중들의 불만을 완곡하게 표현한 유행가 중에 최고의 노래인 거 같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면 ‘쌍화점’을 만둣가게라고 단언하기에 개연성이 부족한 감이 있다. 다양한 자료에서는 대개 ‘쌍화’를 ’雙花(쌍화), 霜花(상화)’로 보아 상화, 곧 만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우리가 호(胡)떡으로 알고 있는 것의 일종으로 당시 ‘상화병(霜花餠)’, 곧 ‘만두떡’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화’를 만두 ‘회회 아비’를 만둣가게 주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에 <쌍화점>이란 영화를 만들면서 <만두가게<>라고 직역해서 제목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게 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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