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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 고려가요<동동>


조선의 싱어송라이터-작자 미상님          

고려가요 <동동> 작자 미상      

 비루한 사랑 이야기           

   고려가요 '동동'은 1년 전 함께 했던 남자를 그리워하는 노래다. 해가 바뀌어도 봄은 오고, 꽃은 피듯이 1월부터 12월, 열두 달 동안 혼자라는 현실을 실감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려 가요 <동동>의 여주인공은 월령체 노래 가락에 등장하는 세시 풍속을 겪으며 뼈가 저리도록 혼자임을 실감한다. 

 <동동>은 고전시가 중에서 고려 가요다. 다른 말로 속세에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라 해서 ‘고려 속요’라고도 부르고, 고려 시대 노래를 줄여서 ‘여요’라고도 부른다. 서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전승 가요인 고려 가요는 지금으로 대중 가요 중에서 ‘뽕짝’이나 ‘트로트’와 같은 전통 가요다. 

  고려가요는 고려 건국 926년부터 조선 4대 왕인 세종대왕이 글을 몰라 가여운 백성들을 위해 만든 우리 글자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는다. 세종께서 집현전 학자들에게 시중에서 널리 불리는 노래를 모아 훈민정음으로 기록하는 가요집을 만들라 하셨다. 이에 융통성없고 대의명분만 중시하는 성리학도인 집현전 학자들은 악장(궁중 연회에 연주되는 악보집)에 실린 고려 가요를 추린다. 그 기준은 남녀상열지사(남녀가 서로 낯뜨겁게 사랑하는 스토리를 담은 수준 낮은 노래)류의 경박한 노래는 자동 탈락이다. 그러다 보니 낯 뜨겁게 사랑하는 열정의 사랑가는 금지곡 목록에 오르고, 슬픈 사랑 노래인 실연가만 악장에 실릴밖에.....

 <동동>은 고려 시대 사람들의 세시 풍속을 달마다 담아 고려 시대 사람들의 문화를 알 수 있다. 궁중연회에서 공연할 때 부르는 가요집에 실리기 위해서 원곡을 살짝 손보는 작업은 피할 수 없다. 약간의 편고 과정으로  뜬금없는 서사가 첨가된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동동> 12연에 머리말격인 서사가 추가된다. 그래서 일년은 12달인데, 이 노래는 1연이다. 서사는 오늘같이 경사스런 연회를 베푸신 임금님께 잔을 바치며 “건배‘를 외치는 거다.   앞에 바치는 첫잔은 ”복 많이 받으세요.“고 두 번째 잔인 뒷잔은 ”덕을 받으셔요.?“다.

 님을 잃고 쓰는 실연가인 <동동>이 서사는 임금을 향한 충성을 애드립으로 섞은 권력형 갑질 노래다.      

 ‘동동(악기 소리를 흉내내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은 악기 소리를 붙여 부른 고려가요다.      

“덕은 뒤에(뒷잔에, 신령님께) 바치옵고, 복은 앞에(앞잔에, 임에게)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다리”          

-고려 가요 <동동> 서사-          

신의도 없는 님은 정월에 냇물이 얼었다 녹았다 한다는 건 봄이 왔다는 말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녀의 님은 소식이 없다. 2월 보름 연등회 행사 때에 높이 켜 놓은 등불처럼 훤한 님은 남들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노래한다.

 4연은 님의 정체가 드러난다. ” 무엇 때문에  나를 잊고 계시는가,” 여기서 <녹錄事녹사>는 

고려 시대에, 각급 관아에 속하여 기록에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하급 실무직 벼슬을 말한다고 한다. <동동>이란 노래의 여주인공은 단오날, 유두날, 백중, 한가위 중양절과 같은 세시풍속을 맞이하면서 절망한다. 6월 15일 청포 삶은 물로 여자들이 계곡에 머리를 감고 나서 벼랑 아래로 내던진 이 빠진 참빛처럼 자신은 버림받았다고 절망한다.

 10월에 잘게 자른 보리수나무 같은 처지를 그녀. 나는 하고 많은 나무 중에서 왜 하필이면 보리수 나무인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보리수나무의 꽃말은 결혼, 부부의 사랑이라고 한다. 


“10월에 아아, 잘게 자른 보리수나무(또는 고로쇠

나무 또는 열매) 같구나.

꺽어 버리신 후에 (이를)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아으 동동다리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한삼을 덮고 누워

슬퍼할 일이로구나.고운 임을 여의고 제각기 홀로 살

아가는구나.

아으 동동다리     

12월에 분디나무로 깎은 아아, 차려 올리는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가 뭅니다.

아으 동동다리                    

---EBS 수능특강 고전시가 <동동> 11연,12연. 13연      

4연을 보면 이 노래에 여주인공의 애인의 직함은 <녹사>다. 녹사는 중앙에서 파견 온 고려 시대 지방 공무원(9급)으로  그녀는 모르는 거 같지만 유부남인 듯하다.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 새여.

무엇 때문에 (어찌하여) 녹사님은 옛 나를 잊고 계시는가.

아으 동동다리”     

 --고려 가요 <동동> 4연--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 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습니다.

아으 동동다리     

--고려 가요 <동동> 6연--          

세시 풍속인 유두날 계곡에 흐르는 물(청포로 만든 샴푸)에 머리를 감고 참빗(나무를 깎아 만든 빗)으로 긴 머리 타래를 빗어 올린 뒤, 빗살이 드문 드문 빠져 벼랑에 버린 빗과 자신의 처지를 같다고 푸념을 한다. 액땜을 한다는 맥락에서 빗을 버린다는 설도 있으나 신뢰할 수 있는 사료는 아닌 듯하다.     

”10월에 아아, 잘게 자른 보리수나무(또는 고로쇠

나무 또는 열매) 같구나.

꺽어 버리신 후에 (이를)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아으 동동다리“     

 여기서 잘게 자른  보리수 나무의 상징적 의미를 찾으니 ‘부부의 정’이라고 나오는 걸 보니 아마도 녹사님은 시적화자인 처녀를 혼인을 빙자해 1년 넘게 동거하며 세시 풍속을 함께 하다가 그녀를 떠났다. 비열하고 무책임한 남자는 보리수 나무(시적 화자)를 꺾은 뒤 책임지지 않고 버린 거 같다.  

이 노래의 절정은 12월 노래다.     

”12월에 분디나무로 깎은 아아, 차려 올리는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가 뭅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 지금은 나의 남자가 아닌 남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핸드메이드로 깎은 분지나무(산초나무)젓가락을 바친다. 그런데 님이 아니고 다른 남자(놈)이 냉큼 집어 이빨로 문다. 산초나무로 깎은 나무젓가락을 소반 위에 올려 놓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프로포즈했다가 거절당한 그녀는 안타깝게도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는 스토리가 짐작된다. 

 님과 함께 하루밤이라도 보낼 수만 있다면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한삼을 덮고 누워 안고 자다 얼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맹목적 사랑은 12월 노래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녀는 자신을 ‘분디나무로 깎아서 만든 소반위에 젓가락으로 비유한다. ”차려 올리는 올릴 소반의 젓가락 다워라”라는 표현에서 보듯, 젓가락을 (임에게)드려지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동동」의 12월은 “올릴 소반의 젓가락 다워라”라는 표현에서 보듯, 젓가락을 (임에게)드려지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동>의 12월은 “차려 올릴  소반의 젓가락 다워라”라는 표현에서 보듯, 젓가락을 (임에게)드려지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젓가락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정중하게 ''언제 시간 나시면 식사라도”하는 인사치레가 구애의 첫단추를 꿰던 시절이 있었다.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보다 진전된 관계의 물꼬는 밥을 함께 먹는 거다. 밥을 함께 먹는 사이를 <식구>라고 한다. 여기서 수저를 튼다는 건 식구처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그녀가 젓가락을 정성스럽게 깎아 소반 위에 올리는 행위는 작대기를 이어 파트너를 선택하는 짝짓기 미션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거라우족의 결혼 풍속에는  젓가락을 포장해 선물로 주는데 상대가 선물을 받으면 청혼을 받아들인다는 표시로 결혼이 성립된다고 한다. 고려 가요 <동동>과는 달리 거라우족의 청혼 습관 중, 남녀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 남자는 품에 붉은 종이로 싼 젓가락을 여자집 객실의 책상 위에 예의 있게 올려놓고 간다. 그러면 신부집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그 집의 정황을 알아오게 하고 혼인 의사를 결정한다.” 

 인용문에서 보듯, 남성이 청혼의 징표로 젓가락을 여성의 집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면 여성은 그 젓가락을 통해 청혼의사를 확인하고 혼인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젓가락을 책상위에 올려 놓는다’라는 것과 <동동>에서의 ‘소반위의 젓가락으로 임 앞에 가지런히 놓다’라는 표현은 중요한 상관성을 갖는다고 생각된다. 

 비록 중국 풍속과 달리 젓가락을 내민 주체가 여성이지만 젓가락을 매개체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은 서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 부분도 역시 여성이 젓가락을 통해 남자의 의중을 살피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임의 앞에 얼이다’라는 말에서 ‘얼이다’가 ‘交, 合’의 의미가 있으니 ‘얼려서(겹쳐서)’놓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가지런히 놓으니’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젓가락을 임 앞에 가지런히 놓아둔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다. 즉 이러한 행위는 화자가 상대에 대한 구애의 표징인 동시에 임의 결정을 기다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12월령에서야 화자는 비로소 그동안 자신이 품고 있던 마음을 전부 드러내는 소극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보여준 셈이다. 

 “손이 (젓가락)을 가져다가 물리쳤다.”는 사랑의 징표로 올려진 젓가락은 임의 뜻을 알아보기도 전에 제3자에 의해서(고의성이 내포될 수도 있는) 수포로 돌아갔다는 슬픈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금도 발렌타이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코렛을 주고, 화이트 데이엔 여자가 남자에게 사탕을 주는 훈훈한 세시 풍속(?)이 있다. 모태 솔로 혹은 애인이 없는 남자 혹은 여자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2월과 3월의 프로포즈 데이를 유추해 보면 ‘동동’의 그녀의 그리움과 실연의 슬픔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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