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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룩 Jun 28. 2023

뉴진스 <OMG>, 더 나은 대화의 계기로

뉴진스, <OMG>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환자복을 입고 정신병원에 앉아 있다. 이때 민지의 경우 뮤직비디오 후반부에서는 의사 가운을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은 이 뮤직비디오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1월 2일 공개된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논란이 있다. 한 축은 '정신병동을 희화화했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은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 관한 것이다. 


이 글은 논란을 따라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 정신질환/정신장애는 '신뢰할 수 없는 것'과 쉽게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해당 뮤직비디오는 이를 서스펜스 요소로 활용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서가 많이 부족하여 이것이 이 뮤직비디오 안의 맥락에서 문제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둘, 무언가를 비난하기 위해 질병을 동원하는 것은 건강중심사회에서 쉽게 '사이다 발언'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으며, 해당 뮤직비디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경향을 십분 활용했다. 이것이 문제인지는 분명히 논쟁이 가능한 지점이다. 

우선 뮤직비디오는 정신병원이라는 세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뮤직비디오는 전반적으로 내러티브를 분명히 파악하기 힘든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세팅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중간에 패스트컷(fast cut)으로 화면이 아주 빠르게 바뀌는 장면(4분 20초 부근)에서 정신병원의 의자에 군인, 건설현장 인부, 어린 아이들이 등장한다거나, 이를 바라보는 의사의 표정이 묘하다거나 하는 지점, 그리고 이것이 특히 최근 나온 <Ditto> 뮤직비디오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해석하기에 충분한 단서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 전반적으로는 이 세팅에 대해 아직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설령 정신질환/정신장애가 등장인물인 뉴진스 멤버들을 손쉽게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로 만든다고 해도, '이것은 혐오다'라고 바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세팅은 <OMG> 뮤직비디오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꽤나 문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민지가 의사인지 아닌지 또한 불분명하지만, 민지는 뮤직비디오를 다소 거칠게 비난하는 트윗을 쓰는 사람에게 (다른 의상도 가능할 텐데) 굳이 의사 가운을 입은 채로 “가자”라고 말한다. 바로 전 장면에서 “이제 병실로 돌아가자”고 말한 뒤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는 점에서, 해당 트윗을 작성하는 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혹은 입원해야 할 사람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1. 뉴진스의 멤버 민지가 의사 가운을 입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각자 병실로 돌아갈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2. 마지막 장면. 의사 가운을 입은 뉴진스의 멤버 민지가 트윗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가자'라고 말한다.


이는 단지 '은유'의 문제를 넘어서고, 뉴진스가 보여주는 '새로움'과 반대로 너무나 식상하다. 이것이 일반 댓글도 아닌 '트위터'라는 점에서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트윗 또한 일종의 댓글이라고 볼 수 있으니, 이 장면은 '악플러 응징'으로 볼 수도 있다. 동시에 구체적인 플랫폼인 '트위터'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트위터리안 일반에 대해 비판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트위터를 주로 이용하는 케이팝 팬덤을 겨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셋 중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이들은 모두 하나의 키워드를 경유한다. '병리화.' 

건강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질병은 무언가를 비난할 때 아주 손쉽게 동원된다. 'ㅇㅇ은 질병이다'와 같은 말들은 익숙하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ㅇㅇ은 정신병이다'다. 정신병원이라는 세팅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다른 환자들에게 '병실로 돌아가자'라고 말한 이후의 맥락에서 한 트위터리안에게 '가자'라고 말하는 것은 예술작품이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은유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악플은 정신병이다' 혹은 '트위터는 정신병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는 혐오표현의 변주입니다. 


마지막 장면. 뮤직비디오 소재에 대해 불평하는 트윗을 작성하고 있다.


혐오표현이 주로 특정한 문장이나 단어와 같은 언어적 형태일지언정, 혐오표현이란 특정한 표현에 국한되지 않고 맥락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미지는 낙인이 찍힌 집단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활용함으로써 혐오표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OMG> 뮤직비디오는 악플이나 트윗을 비판하고자 정신질환/정신장애에 찍힌 낙인을 활용한다. 이것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에서, 심지어는 그룹의 정체성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장면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다른 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사전에 차단한다는 데 있다. 뮤직비디오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뮤직비디오가 나서서 명시적으로 '정신병'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비판하는 사람은 이 뮤직비디오가 미리 제시해 둔 '정신병'이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 심지어 이 뮤직비디오가 정신질환, 정신장애를 은유로 사용하는 걸 넘어 거기에 찍힌 낙인을 적극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정신병'이라고 낙인을 찍게 되는 구조다.


아이폰의 렌즈처럼 세 개의 렌즈가 노란색 벽에 있고, 이를 통해 민지의 얼굴이 일부분씩 잘려서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자막에 '저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때 이 뮤직비디오의 초반에 나오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멤버 중 하니는 자신이 아이폰이라고 주장하며, "저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대중, 특히 팬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아이돌 아티스트의 위치를 지적하는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마지막 장면을 아이돌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일부 케이팝 팬덤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 메시지는 분명 공감할 만하며,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비판의 대상을 '정신병'으로 취급함으로써만 이루어질 필요는 전혀 없다.


통쾌함의 탈을 쓴 낙인은 감독의 게으름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은유 없이 사고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제하고 피하려 애써야 할 은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모든 사고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해석에 '반대한다'는 것이 언제나 옳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나아가, 설령 이 모든 게 '단지 은유'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그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존재하겠지만, 특히 과거의 남성 예술가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것은 은유였고, 명백히 문제가 되는 은유였다. 이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오갔고, 잘못된 은유에서 벗어나 더 나은 표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질병과 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직 여기까지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다른 혐오표현이나 논쟁적인 문제들에 예민한 사람들조차 질병이나 장애를 그러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무시하거나 묵살한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질병과 장애 외의 논쟁이 대단히 잘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필요가 있고, 우리에게는 그럴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돌고래유괴단이나 민희진, 뉴진스가 앞으로 내놓는 콘텐츠를 소비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 뮤직비디오가 혐오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며, 우리가 그것에 대해 최소한 이야기는 할 수 있어야 더 나은 사회를 함께 상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질병과 장애는 병원에 갇혀야 할 대상도 아니고, 질적으로 나쁜 모든 걸 지칭하는 데 쓰여도 되는 단어도 아니다. 저는 이러한 이야기가 좀 더 열린 형태로 시작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계기가 뉴진스의 <OMG>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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