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하루에 한 편씩 꼭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무려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사실 하루에 한 시간에서 길어 봐야 두 시간 정도를 사용하여 글을 써 왔는데, 시간적 여유만 있다고 해서 글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최근 일주일은 여러 면에서 여유가 없었다.
회의를 하고, 새 과외를 시작하느라 고등학교 수학을 다시 보고, 장학금 면접을 보고,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고, 스터디 모임 책을 읽고, 독후감 대회에서 정해 준 책을 읽고,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만화책을 읽고, 8월 칼럼을 쓰고, ……. 계속 브런치를 떠올렸고, 글쓰기 창을 켜기도 했지만 글을 쓰지는 않았다. 지금도 나는 과외를 하러 가는 버스에 앉아서 핸드폰을 붙들고 글을 쓰는 중이다. 즐겁고 유익한 날이 많았지만 여유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뭔가를 결심하고 꿋꿋하게 밀고 나간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공부할 때도 일정을 정해 두고 그것을 따라가는 데에 성공한 건 텝스 단어 공부뿐이었다(결과는 물론 별개다). 일정을 정해서 뭔가를 하기보다는 떠오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일을 처리했다. 원래 체계적인 성격은 아니다. 브런치도 적잖이 갑작스런 결정이었으니까. 난 결심이 무른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생활 습관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잠자리만 바뀌어도 잠에 제대로 못 들고, 방의 형태를 바꾸기로 결정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수면 패턴이나 식사 시간도 비슷하다. 그리고 여기서 무엇인가가 어긋난다고 느끼면 굉장히 불안해진다. 때로 새로운 내용보다 기존의 형식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쓰고 싶은 글들이 있었지만 기억나지는 않는다. 쉬고 싶은 날들이 있었지만 쉬지는 못했다. 기다리는 연락들은 기대보다 멀게 느껴진다. 나의 외면은 내 욕구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머리도 바꾸고 싶고, 살도 빼고 싶다. 지금 모습을 좋아해 주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지만, 내 몸을 특정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지우기는 어렵다.
일은 줄이고 책과 글을 늘리고 싶다. 이렇게 쓰니 글이 심하게 난삽하다. 이런 글은 다시 쓰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