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룩 Jun 11. 2023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쓰며

정말 오랫동안 이곳에 글을 쓰지 않았지만, 그건 이 곳이 싫어서도 아니었고, 글 자체를 쓰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며 살았다. 그런 와중에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브런치는 내가 정말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데, 써야 하는 글들을 쓰느라 쓰고 싶은 글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논문을 쓰느라 연구를 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써야 하는 글 말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잊은 것만 같다. 


그래서 일단은 다음 책이 나오기 전에, 그리고 기말 페이퍼를 본격적으로 마무리하기 전인 지금, 그 동안 쓴 글들 중 일부를 이곳에 아카이브해두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완전히 공적이거나 완전히 사적인 온라인 플랫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 이곳을 '조용한' 공간으로만 쓰겠다던 마음은 접어두고, 그냥 내가 쓴 글들이 담긴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공간을 열심히 홍보하진 않을 것이니 앞으로도 어느 정도 조용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곳에 쓰고 싶은 글이 생기면 좋겠다. 나를 살게 하는 작은 일상에 대해 쓰고 싶은 날이 다시 올까? 지금 이 글이 하나의 작은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에 대해, 음식에 대해, 사람에 대해, 흐릿해지는 사랑들에 대해, 다시금 심장이 떨리는 순간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런 글이 쓰고 싶어진다는 건, 나의 그저 그런 일상들을 좀 더 소중히 들여다보고, 더 많은 걸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7월 중에 다음 책이 나올 것이다. 공론장에 대한 책이다. 혼자 쓴 책으로는 세 번째고, 공저를 포함하면 여섯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쓴 책 중에 가장 많은 힘을 들여 썼고, 가장 많은 마음을 들여 썼다. 처음으로 연구를 해서 썼고, 첫 기획과 제목, 목차까지 모두 내가 짠 첫 책이다. 물론 결과가 좋으리란 법은 없다. 적은 사람이 읽더라도, 단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깊이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받을 수밖에 없는 예상된 비판들도 기다리고 있다. 과도한 비난에는 상처받지 않으려 노력하기로 했다. 


아무튼, 나는 내 브런치 공간을 다시 쓰려 한다. 이곳은 사실 내게 굉장히 소중한 공간이고, 바로 그 이유에서 방치되기도 했다. 소중하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잊고 방치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름의 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