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내 발이 되어준 삼천리 자전거가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자전거를 좋아한다. 성격이 느긋하기 보다 방정맞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자전거라는 녀석을 탈 때, 넓어지는 내 세상이 좋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전거가 가지는 매력들을 하나 더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가 가지고 있는 공평함이란 속성이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어디가 목적지가 되든 결국 그 길은 왕복이 된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다 내리막길을 만나면 잠시 발을 쉬어 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함께, 오르막길로 돌아올 때의 고난이 떠오른다. 이 내리막길의 달콤함 뒤에는 어김없이 나를 시험할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의 공평함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뿐이 아니다. 자전거는 바람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전거는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운동이다. 바람을 등지고 달리면 페달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씽씽 속력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바람을 맞으면 그만큼 힘든 일이 없다. 바람을 타고 신나게 달리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해 대중교통을 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경험들을 겪다 보면 자전거란 녀석이 참으로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르막도 늘 오르막이 아니며, 내리막도 늘 내리막이 아니다. 어떤 때는 내 등을 밀어주던 바람이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조금은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의 길 위에서 자전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자전거를 타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생의 이치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바람을 등지고 힘차게 달리며 속도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돌아올 때는 그 바람이 거센 저항이 되어 나를 막아선다. 그러면서 나는 깨닫는다. 인생에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어려움이 나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오르막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숨이 차오를 때도, 결국 그 정상에 섰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인생 역시 그렇다. 오르막과 내리막,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그 순간들을 겪으며 우리는 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이 소소한 진리들이 모여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오르막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리막을 지나치게 즐기지 않으며, 바람의 방향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페달을 밟아나가는 그 과정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전거는 나에게 단순한 탈것 이상이다. 그것은 나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며,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안내자이다. 자전거를 타며 배우는 겸손함과 인내, 그리고 균형 잡힌 삶의 자세는 내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이 자전거를 타고 인생이라는 길 위를 달리며,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은 삶의 지혜를 얻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