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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쌤 Jun 17. 2024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위하여

어느 비 오는 일요일 아침, 나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폰을 꺼내 들었다. 비 오는 소리와 커피 향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늘어나는 수포자, 약 17%....”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여섯 명 중 하나는 기초 능력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읽으며 교육자로서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왜 하필 많은 과목 중에 수학만이 이렇게 도드라지게 학생들에게 외면받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수학이 가지는 독특한 연속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수학은 작은 벽돌로 하나씩 쌓는 집과 같아서, 어느 한 순간이라도 놓쳐버리면 그 뒤를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 진도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학생은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복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 시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가정에서의 관심과 꾸준한 복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수학이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기 쉽다. 이렇게 관심을 받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의 모습의 일면이 아동들에게도 비추어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잡을 길이 없었다.     

일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수학 교육과정은 그 수준이 어렵고 내용이 방대하여, 생각과 논리보다는 암기와 복습에 치우치게 만든다. 이렇게 숨막히는 교육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면 어떨까?(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아이가 가지는 고정관념 중 하나가 ‘수학천재’라는 것은 더 이상 기분 좋은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학창 시절의 그 많은 수학 천재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모든 아이가, 한 호흡 한 호흡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따라올 수 있는 그런 교육과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 아이들이 커나가는 세상에는 더 이상 빠른 계산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를 다양하게 바라보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있는 수학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길 정말 학수고대해본다.     

(이상 수학을 싫어하는 문과 교사의 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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