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쥬의 여름방학

첫 능동적인 쉼

by 달영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길어봐야 9일 정도였던 휴가를 빼면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 휴가마저 이런저런 업무연락과 고민으로 마냥 편안하진 않았다. 이런 나에게 달콤한 1달의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얼마나 꿈꾸던 시간인가..! 항상 바라던 장기 해외여행도 가고 싶었고 다들 출근하는 낮에 한적하고 조용한 카페에서 아무 걱정 없이 책도 읽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계획이 많아도 너무 많은 욕심쟁이 아닌가. 아직 미정이지만 하반기 계획했던 일들을 시행하려면 자격증을 갱신해 놓아야 했다. 마냥 놀 수 없음이 비통했지만 이 또한 다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며 계획을 세웠다.


2주는 쇼핑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시험도 보고 아빠 환갑 기념 가족여행도 가고 엄마 생일도 챙기고 해외여행 준비도 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보냈고, 나머지 2주는 장기 해외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은 걱정도 많았지만 안 떠났으면 후회할뻔했다.


장기 해외여행의 테마는 여유로 잡았다. 시간에 쫓기며 관광하느라 바쁜 여행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며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너무 오랫동안 나 자신을 독촉하고 몰아붙였기에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여행을 통해 본래의 생체리듬을 되찾았다. 마사지 천국의 나라에 온 덕분에 매일같이 마사지를 받으며 굳어있던 몸의 근육들을 풀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에만 집중하며 마음을 보살폈다. 환경이 바뀌니 정형화된 생각의 틀이 깨졌고 비로소 나는 가벼워졌다.


이번 여행에 책 한 권을 가져왔다. 나는 항상 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여 힘들게 하는 성향이 있는데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고칠 수 없다면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해해야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진취적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목에서부터 끌렸던 책, 책에서 깨달은 점을 몇 구절 적어본다.


심리학 애착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2가지 큰 심리 욕구가 있는데 하나는 애착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탐색 욕구라고 한다. 애착 욕구가 충족되어야 탐색 욕구가 생성되는 구조인데, 애착 욕구는 주로 유년기 시절 생성되며 애착 욕구가 충족되면 세상을 탐색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뒷배가 되어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고 한다. 그 후에는 탐색과 자립의 활성화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살아가며 어려움을 맞이할 땐 유년기에 생성한 애착을 안전 기지(믿고 의지할 대상)로 활용하고 지지적인 내면의 목소리로 자기를 돌보며 다시 탐색의 욕구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문요한 중 발췌


나는 분명히 탐색 욕구가 있다. 어쩌면 과할 정도로..? 하지만 결정에 있어서는 항상 주저한다. 이 선택이 맞는지, 내 생각이 맞는지 의심되고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선택을 미룬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자기 확신(지지적인 내면의 목소리)은 애착 욕구의 결여 때문일까? 웬만큼의 애착 욕구 충족으로 탐색 욕구로 넘어왔지만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나의 안전 기지(믿고 의지할 나 자신)가 없어 힘들어하는 거 아닐까? 나만의 안전 기지를 만드는 것이 나의 숙제인 것 같다.


그 외에 책에서는 자아상 집착에서 벗어나는 법,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해 설명하며 나를 찾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법. 여유, 쉽고도 어려운 이 녀석은 가끔은 잃어버릴지언정 다시 찾아 가능하면 내 옆에 꽁꽁 묶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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