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pilogue

'흐린 날에 음악을 입히다' 연재를 마무리 하며.

by 안일구

52주의 브런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흐린 날에 어울리는 50장의 클래식 음반과 100장의 흑백 사진을 손에 쥐게 된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네요. 무엇보다 매주 한 장의 음반을 깊이 듣고 그 안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은 제게 큰 행복이었습니다. 최고의 음악가들이 정성껏 남긴 이 소리 결과물들은 늘 사람을 겸허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클래식 음반 추천을 넘어, 음악 속에 담긴 여러 가치와 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든 음반은 김신중 사진작가와 함께 들으며, 음악에 어울리는 두 장의 흑백사진을 페어링했습니다. 때로는 글보다도 한 장의 흑백사진이 음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엉뚱한 저의 제안에 1년간 기꺼이 함께해주신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52주 동안 쌓아온 이 글들은 부족한 부분들을 천천히 다듬고 재구성하여, 언젠가 하나의 종이책으로 담아낼 계획입니다. 그동안 함께 보고, 읽고, 들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일구


언제나 음악을 추천하며 연재를 마무리해왔기에, 마지막 순간에도 음악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오늘의 곡은 슈만의 <낯선 나라들과 사람들로부터(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입니다.


https://youtu.be/T34Wxq0SLNA?si=_pjnlt9OE10OKYMJ



음악을 가장 동경하는 직업 사진가로서, 새로운 음반을 찾아 듣고 싶을 때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여전히 음반의 커버 사진이다. 좋은 음악과 잘 매칭된 사진은 그 음반을 다채롭게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종종, ‘나라면 어떤 사진을 커버로 정했을까’ 고민해보거나, 어떤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며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음악과 나의 사진을 매칭하는 작업은 꽤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일이지만, 그런 기회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가끔 음반 커버를 위한 포트레이트 작업을 하긴 하지만, 아티스트의 모습이 들어가는 방식보다는 음악 그 자체와 사진 그 자체를 만나게 하고 싶었다. 그 마음 때문에 피아니스트인 아내의 음반을 직접 프로듀싱하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음반 소개글과 사진을 함께 연재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작업이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좋은 연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큐레이팅 되는 음반을 일주일 내내 들으며 10여년치 사진이 들어있는 외장하드를 수차례 들락날락하거나 새로운 순간들을 담기위해 주위를 돌아보던 시간이 어느덧 52주가 흘렀다.


한 음반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며 사진들이 음악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앞으로 내 작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자극하고 있다. 사진 혹은 어떤 나의 행위 그 자체가 음악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마음이 음악을 향한 나의 최선의 헌정이라 믿고 싶다.


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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