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렸을 쩍 사진앨범을 펼쳐본다.
그 속에 웃고 있는 나보다는 울고 있는 내가 너무나 많아.
엄마에게 물어보니 밥만 차리면 울었다더라.
그래서 나중에 크면 보여줘야지 하고 찍은 사진이랬다.
커서 보니 맨날 울고 있는 사진 애가 애같이 웃고 있는 사진은 몇 장 찾아보기 어렵다.
울고 있던가 아니면 그 옛날 어색하게 서서 찍는 굳어버린 얼굴의 사진들뿐.
울고 있는 사진만 보고 나니 내 기억 속 어딘가 나는 어렸을 쩍 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엉엉 울고 뚱해서 홀딱벗어 제낀 내 몸뚱이.
얼굴은 눈물범벅인데.
왜 그랬을까.
또
이상하게 어렸을 쩍 나는 소변을 많이도 참았다.
밥 먹다가 요강에 소변을 봐야 하는 겨울이 싫었나.
바람도 숭숭. 남의 눈도 송송. 키우는 가축들의 소리까지 들리고. 여름엔 냄새나고 겨울엔 추운 푸새식 화장실까지 가는 게 싫었나.
학교에서도 밑을 보면 시커먼 손이 나올 거만큼 깊어 보이는 구멍 속에 친구들과 선생님의 것들이 뒤섞여 있는 화장실이 싫었나.
참으로 창피하고 쑥스럽지만 나는 여러 이유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바지에 실수도 많이 했고
혼자 화장실 가는 게 싫었다.
언젠가 현대식으로 바뀐 화장실에서는 볼일 보는 친구의 모습을 훔쳐보는 친구들의 장난이 생겼고 나는 수치스러움을 그때쯤 알게 된 걸까.
그리고
나는 생각해 보면 되게 수다스러운 사람인데.
언제부터 말을 잘 안 했을까.
매일 소 뒤치다꺼리. 우리 뒤치다꺼리.
밭일까지 해 데느라 바쁜 엄마가 아무리 말해도 내 말을 안 들어서?
언니랑 동생이랑 싸우고 울음소리만 나면 무섭게 변하는 아빠를 보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친구들과 일과시간에 "난 언니 있어!"라는 말한마디 했다가 "너만 있냐? 나도 있어!"라는 소릴듣고서?
그 말 한마디로 내가 6년 내내 왕따였어서?
그냥 환경이 ㅈㄹ같아서?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정리는 잘 안되고.
머릿속은 복잡하고 뭔가는 해야 할 거 같은데.
움직이는 게 싫다.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