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시작.
세상사람들이 모두 엄마 뱃속에서 뿅~?! 하고 태어나던 순간이 기억나진 안겠지?
기억과잉이라는 신기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기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니 아무래도 내가 태어나던 순간은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이 나질 안는다.
그저 부모의 말에 의해 내 모습을 상상으로나 기억할 뿐.
내가 태어난 시골 산골에 산부인과 같은 건 없었다.
그곳은 지금도 차를 40분 정도는 타고 나가야 병원 같은 병원이 존재하니까.
40년 전에 산부인과는 말할 것도 없겠지?
언니는 동네 내과에서 낳았다고 했고,
남동생은 세 번째 느낌으로 지금 병원을 가야 해!라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40분 넘게 달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서 낳았다고 했다.
중간의 나는 그날 아침부터 배가 아파 느지막이 저녁쯔음까지 배가 한 참을 아파서야 나왔다고 했다.
진통은 있는데 아기는 안 나왔고 점점 늦으니 엄마의 시어머니 곧 나의 친할머니는 애기가 빨리 나오는 약이라며 알약을 하나 주었다고 했다.
엄마는 그 약을 먹고 나서 배가 쉴세 없이 아파 죽을 거 같을 때 내가 나왔다고 했다.
태어나면 곧 울어야 할 나는 울지 안았고.
할머니는 그저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엄마가 "어머니 애기가 왜 안 울어요?"라고 물어봤을 때도.
가만히.......
때마침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아빠가 축 쳐 저 있는 살덩이를 거꾸로 들고 흔들어주니 그때서야 캑캑.. 소리를 내며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살았다.
그렇게 나는 그 집의 둘째 딸이 되었고
또 살았기에.
그때 만약 내가 죽었다면 지금 내가 있었을까?
또 다른 내가 다른 곳에서 태어나진 안았을까?
말 같지도 않은 상상을 하곤 한다.
울지 안던 아이를 그냥 둬서일까..
아니면 쉬지 않고 엄마 배를 아프게 하던 알약 하나 때문이었을까..
평소 할머니가 나에게 하던 행동들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친할머니가 싫다.
살아 계실 적에도 싫었다.
아들 딸 구분보다 큰아들 자녀와 작은아들 자녀를 구분하셨고.
항상 말에 날이 서있었다.
작은 가게방을 하셨는데 공짜로 껌하나 주신적이 없다.
그런데 그래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우리를.. 그리고 나를 미워하지 않았던 거 같긴 한데
돌아가시고 난 후 꿈속에 오셨을 때도
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나 싫어하면서 왜 왔어? 제발 가!!"라며 쫓아버린 둘째 아들의 둘째 손녀일 뿐.
나의 탄생은 첫 시작부터 미움이 자란 걸까.
그냥 기쁜 탄생은 안되었던 걸까.
사람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던데.
나는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한 걸까.
시작된 미움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