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다.
가만히 거닐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나는 늘 움츠러든 채 하루를 보낸다.
이유 없는 우울에
이 내 마음은 펴질 생각을 않는다.
몇 년 전 심한 우울을 겪고
털어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내 마음은 꽤나 좋아졌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조각조각 찢어진 것만 같았던 마음을
겨우 붙였을 뿐,
구멍 난 빈 곳에 바람이 들이닥치면
참으로 아렸다.
너덜너덜한 조각은 이어 붙여도
겨우 조각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그 2년이라는 시간에 내 마음은 약해졌고,
이제는 이 작은 우울도 견디기 힘들다.
더군다나 계속되는 우울의 이유를 모른다.
왜냐고 물어도 나는 대답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우울한데 왜 우울한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이 우울을 떨쳐낼 수 있을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
우리의 마음은 참 많이도 조각나 있다.
그럴 때 들이닥치는 우울은 역병이다.
우울을 고백해도 해결할 수 없는,
나조차도 원인을 모르는 그런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