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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Dec 13. 2023

눈송이

특별한 일들

춥기만 하던 겨울의 여러 날들에,

아침에 눈을 뜨고, 어제와 같이 내가 가야 될 곳으로 가기 위해, 익숙한 듯 반복적인 습관처럼, 새벽녘 출근 준비를 한다.

익숙하고 반복적인 습관처럼 나는 오늘이라는 아침을 시작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집을 나서던 그 순간, 내가 마주한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도 내 눈앞으로 내리는 하얀 눈송이가 길에 수북이 쌓여있는 새벽녘, 그 길 위로 내 첫 발걸음을 찍어 본다.

지금까지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송이 가득한 길을, 내가 새롭게 개척하는 기분으로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듯하다.


아무도 새벽녘 하얀 눈송이로 덮여, 내 앞으로 보이는 하얀 그 길에 아직까지 걸어간 사람이 없어, 익숙한 듯 반복적으로 습관처럼 시작하는 나의 하루를, 너무도 새로움과 신비로움으로 만든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새로운 즐거움에 새벽녘부터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도 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손으로 잡아보고 싶으나, 잠시 내려앉은 그 눈송이와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내 손에서 사라져 버린다.


소리 없이 찾아왔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가 내 볼을 스치고, 내 머리 위에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내 외투 어깨 위로 소리도 없이, 내리는 하얀 눈송이가 조금씩 쌓여간다.

그렇게 내 머리 위로, 내 어깨 위로 쌓여가는 눈송이가 무겁지는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에 이렇게 처음 만난 눈송이를 내 손으로 잡을 수 없어, 거리에 쌓여있는 그 눈송이를 한 주먹 잡아 두 손으로 꽉 눌러본다.

손이 시리고, 내 시린 손에서 조금씩 녹아 가는 그 눈송이를 보게 된다.

시린 내 두 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와 입김으로 손 시림을 잠시 녹여보려 했다.

이 순간은 지금 내가 가야 될 길을 잠시 잊고, 하얀 눈송이 위의 새벽녘 그 순간에 나는 잊고, 이미 성장해 버려 기억하지 못하던, 깊이 숨어있던 어린아이로 잠시 변해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그 순간도 잠시뿐이었으며,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들이 새벽녘 하얀 그 길에 잠시 찾아온 나의 마음속 어린 감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단, 하나의 생각이 모든 감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길이 미끄럽겠다. 차는 올까?”


누군가 나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으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내 머릿속에서 스치듯 나에게 말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그 하얀 눈송이 가득한 새벽녘 길을 처음으로 내 발을 찍어보았고, 내 머리 위로 그리고 내 어깨 위로 쌓여가는 하얀 눈송이에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에 한 주먹으로 눈을 움켜쥔 내 손을 보며, 익숙한 듯 반복적인 일상에서 성장은 멈춘 지금의 익숙하고 반복적인 생활에 내가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 순수함을 기억하는 잊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놀랍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추억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는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감성과 마음을 잊고, 지금의 성장한 모습으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지금을 익숙하게 생활하며 살고 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그런 감성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더욱 친숙하고 아름답게 느끼면서, 막상 내 눈앞에 있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그저 익숙한 하나의 습관처럼 여기며, 왠지 모르는 이유로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언제부터인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생각했다.

추워진 여러 날들에서 눈이 오기를 기다린 날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잠시 새벽녘 아침에 처음 본 어린아이 같은 나의 행동은 다시 잊어버리고, 지금의 현실을 살고 있는 나로 다시 돌아온다.


추워진 여러 날들에 어느 날에는 부는 바람이 싫어서 바람을 피하려고, 어디든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들어가서 부는 바람을 피했다.

지금 내 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춥지 않았던 날에, 무슨 이유에서 인지 난 그 바람이 너무 차갑고, 추워진 내 몸이 어쩌면 내 마음이 지금 부는 바람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어느 날에는 차갑게 부는 바람은 없었지만, 너무 추워진 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 싫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날의 약속도 취소하면서 그냥 집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이젠 언제부터인지 기억할 수 없는 그날들은, 눈이 내리는 것이 불편해서 우산을 쓰고 내 발걸음을 조심조심히 길을 걸어간다.

차를 운전하면서 길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답답한 마음으로 천천히 내가 가는 길을 간다.

눈이 내려 미끄러워진 길 때문에 평소보다 시간은 더 걸리고, 길 위에는 너무 많은 차들이 있어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불편함이 지금 나는 너무도 싫다.

분명 난 처음 집에서 나올 때 하얀 눈송이로 변해있는 풍경이 새로워 짧지만 너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렇게 불편함과 답답함으로 모든 것이 싫어진다.

지금은 내려진 눈송이가 그냥 싫어진다.


내가 변덕이 심한 것인지 아니면 언제인지 모르는 시간으로 내 안에 어린 감성을 잊고 무감각한 지금의 나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는 고마움도 모르고 그저 평범하게, 모든 것이 익숙하듯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나의 일상인 듯하다.

그렇게 불편함과 답답함으로 지치듯 힘들게 도착한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에 내리는 눈송이를 그저 바라본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따뜻하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그 짧은 웃음과 미소로 창밖을 보는 지금, 조금 전에 내가 느끼던 불평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그저 내리는 하얀 눈송이가 왜 이렇게 예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리에 앙상한 가로수에도, 하얀 눈송이가 눈꽃처럼 내려앉아 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에도, 하얀 눈송이가 눈꽃처럼 내려앉아 있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길에도,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기며, 자기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갔다.

내가 오늘 아침 집을 나와 처음 남긴 발자국도, 이제는 누군가의 발자국에 사라져, 내가 처음 남긴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린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금도 무언가의 흔적을 남기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 다음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또 누군가 다시 다른 흔적을 남기면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내 의도가 아닌,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무한 경쟁과 반복된 일상으로 누군가의 흔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내 앞에 놓인 일로 누군가의 흔적 위에 아무렇지 않게 내 흔적을 남긴다.

다음에는 누군가 나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앞서있던 누군가의 흔적 위에 새로운 흔적을 남길 것이다.

지금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흔적으로 조금씩 지워질 것이다.

오래전 추억 속 사람들처럼, 이들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이다.

어쩌면, 추억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눈송이도 결국에는 내가 다 볼 수 없듯이, 내가 살아오는 시간 동안 또는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추억하는 사람은 그 수많았던 사람들 중에 아주 작은 일부의 사람들만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도,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일부의 사람만 기억할 것이다.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내 옆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난 언제나 진심을 담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관계로 우리 서로가 더욱 단단하게 유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이런 내 마음으로도 서로에게 얼마나 기억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또 다른 추억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 한순간도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진심이 없이 소홀하게 생각한다면, 시간이 흐른 어느 날에 내가 진정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흐려져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시간에 나와 함께 있는 이들과 더욱 진심으로 좋은 시간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내 나중을 후회하며 아쉬워하지 않으려면, 지금 시간에 내가 진실되어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


좋은 날들,

이제는 아침에 내리던 하얀 눈송이도 조금씩 멈추어 간다.

오후에 비치는 햇볕이 나를 감싸듯 포근하여 그 기분이 너무도 좋다.

그런 햇살이 눈이 부시게 좋다.

오후의 밝은 햇볕이 나의 몸을 통해 마음속 깊이 포근하게, 내 마음까지 감싸주는 것 같다.

오늘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이미 거리에 내려진 눈송이로 가득하게 만든 길을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어 눈부시게 빛난 그 빛이 나에게 전달되어, 지금 내 눈을 더욱 자극한다.

그렇게, 잠시 여유롭게 하얀 눈길을 걸으며, 짧은 시간 속에서 기억하는 나만의 오래전 추억으로 낭만을 즐긴다.

춥지 않으며, 포근한 오후 햇볕이 좋은 지금,


내 발아래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하는 눈 밟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눈을,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눈을,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오래전 추억으로 한 걸음씩 옮기는 여유로움이 너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내 나중에 이를 돌아보는 날이 있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도 바쁜 하루에 끝이 다가올 때쯤, 새벽녘부터 내려진 거리에 눈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들에서 그 모습이 점점 사라지며 없어지고 있었다.

낮에 유난히 포근하고 밝았던 햇볕에 조금씩 녹아서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들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난 그 밝고 포근했던 햇볕이 좋았는데, 새벽녘부터 거리에 내려진 눈은 그 햇볕과 오래 함께 할 수 없었구나.

나도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얼마나 오래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얀 눈이 햇볕에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사람들 기억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지워져 갈 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방법과 방식은 다양하고, 다르지만 나에게 오래 기억하며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그대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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