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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Dec 12. 2023

한겨울 소나무

내가 쉴 곳을 찾아


푸르름을 시작하는 봄에도, 무더움에 지치는 여름에도, 붉게 물들어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가을에도 넌 여전히 푸르름으로 항상 그 자리에 바르게 서 있구나.

한겨울 눈 내린 추운 날에 모두들 몸을 움츠리며 땅만 보고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각자의 길을 생각 없이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넌 항상 바르게 흐트러짐 없이 곧게 항상 그 자리에 서 있구나.

나는 지금 흐트러진 어진 마음과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가까운 수덕사 절에 방문하여 짧은 산행으로 흐트러지고 어진 내 마음에 휴식을 가지려 한다.

짧은 산행 중에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 소리와, 나무 가지 사이로 갈라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내 속에 시끄럽고 답답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내가 찾아가는 곳,

수덕사로 가는 길에 키 작은 나무와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각자의 위치를 잘 지키며 바람과 햇빛에 잘 어우러져 본인의 모습을 잘 지키고 그 자리에 잘 있었구나.

그렇게 수덕사로 가는 길에 바람이 전해주는 너의 향기는 여전함을 알리듯 내 코 끝으로 전해주는 소나무 향기가 너무도 나는 그리웠던 거 같다.

내가 생활하며 살아가는 곳에서도 너는 존재하는데 왜 너의 향기는 지금처럼 느낄 수 없는 것일까?

내가 사는 곳에서의 너도 이곳의 이것들과 같은 것인데, 내가 사는 곳에서의 너는 내가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에 너를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인지 나 스스로 구별할 수 없어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면 꼭 너를 안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너를 너무 몰라서 모른척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바람이 전해주는 소나무 향기와 함께 난 수덕사로 발길을 계속 움 겼다.

빠르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고, 그냥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땅의 모양을 느끼며 바람을 느끼며, 그 바람이 전해주는 소나무 향기에도 내 발걸음을 천천히 운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난 지금 걸어가는 길에 모든 것들과 함께 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그렇게 급하지 않았던 내 발걸음에 수덕사 절에 들어서는 것을 알리는 듯 사천왕이 있는 문을 통과했다.

잘 다듬어진 돌계단을 오르며 그 계단 옆으로 있는 작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수덕사 대웅전이 눈앞에 들어왔고 나와 대웅전 사이에 넓은 마당이 있으며, 스님들이 얼마나 잘 가꾸고 있었는지 바닥에 돌과 흙 하나하나가 잘 다듬어지듯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수덕사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항상 이곳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그 자리에서 시간과 상관없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아니면 안 자서 한참을 명상에 잠들 수 있는 곳이 있다.

대웅전을 등지고 오른쪽에 돌담 자리가 있는데 가장 안쪽에서 두 번째 자리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안 자서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그 짧은 길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내 생각을 돌아보며, 짧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난 바라본다.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원하게 뚫린 그 풍경을 바라본다.

하늘은 나에게 휴식과 명상을 허락하듯 추운 겨울을 잊게 만들어주려고 따스한 햇볕을 나에게 비추어 준다.

그렇게 넓고 시원하게 뚫린 풍경을 보며, 힘든 내 마음과 몸은 잠시 잊고 평온함과 시원함을 나에게 허락해 준다.

그렇게 한참을 명상하고 있으면,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소나무 향기를 실어 나에게 전해준다.

그러다 내 머리 위에 소나무 한 그루의 솔잎 하나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그렇게 하늘 한번 올려다본다.

내 옆에 큰 소나무 하나의 나무 가지 사이사이 보이는 하늘의 푸르름과 하얀 구름, 그리고 눈 부신 햇볕이 한번에 내 눈에 들어온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은 이 모습들 너무 익숙하지만 언제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풍경들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항상 그렇게 그 자리에 있어줘서.

내가 사는 곳에서도 지금의 푸르는 하늘은 있고, 그 푸르는 하늘에 자유로이 떠도는 하얀 구름도 있고, 지금의 포근함을 전하는 햇살도 있는데 매일 나와 함께 했는데 왜 어제인지 모르고 기억나지 않은 널 보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려 하는 순간 하늘에서는 눈꽃 송이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그냥 자리에서 서서 그 눈을 바라보며, 내 아래의 세상이 하얀색을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내가 만약 저 아래에 있다면 지금 이곳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추운 겨울 지난가을 물들어 바람에 떨어져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과 사시사철 푸름으로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 그 소나무의 풍성함에 지금 내리는 눈꽃으로 푸르름이 하얀색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지금 내리는 눈꽃 송이가 싸일수록 무거울 것도 같은 넌 그 눈 꽃을 견디면 잘 받아주고 있구나.

난 지금 사는 게 힘들고 무거워서 가끔은 도망가고 싶은 생각을 하는데 넌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 오랜 시간을 잘 지키고, 잘 견디며 지금까지 왔구나.

난 짧은 순간을 견디기 힘들다고 피하려 했는데 항상 푸르는 널 보며 서 지금의 내 모습에 후회를 한다.

난 이렇게 너를 보며 위로받고 돌아가지만 넌 무엇으로 위로를 받니?

항상 푸르른 모습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드니?

너도 가을에 따라 조금은 다른 모습의 옷을 입고 싶었을 거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너의 마음을 누가 알아주니?

너도 다른 나무들처럼 곧게 자라지 않고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싶었을 거 같은데,

넌 항상 바르게 자라며 항상 같은 푸르름으로 그 자리에 그 향기를 풍기며 항상 우리에게 너를 알리고 있구나.


소리 없이 조용히.

어쩌면 넌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있었는데 난 지금의 너를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그저 익숙한 방법으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던 거 같다.

매우 익숙하다는 건 어쩌면 나에게 무관심일 수 있다.

매일매일 푸르렀던 넌 내겐 익숙해서 너의 존재를 보려 하지 않았으며, 익숙함에 속아서 너의 존재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무관심과 무책임한 그 중간 어디쯤에 널 그냥 두고 다른 곳에서 너의 존재를 찾으려 했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너를 보며 반가워했고, 너의 작은 움직임 마저 유심히 바라만 봤다.


내가 가진 익숙함에 내가 사는 곳에서 넌 항상 같은 모습이었지만, 바쁘게 달리는 차에서 너를 보며 느끼는 건 익숙함에 속은 무관심이 이였다.

익숙함이란 곳 나를 대하듯 너를 대하는 것인데, 난 그 익숙함으로 너를 보지 못하는 핑계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나에 대한 무관심이 익숙함이 이였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관심과 성의를 담아 행동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 자신에게 익숙함이라는 것에 너무도 무관심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을 찾아야 네가 그렇게 잘리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너에게서 느낄 수 있는 향기에 마음에 평온과 여유를 선물 받는 거 같다.

너는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도 않은 내 집 앞에도 그런 네가 존재했다.


너무도 익숙한 곳에 네가 있어서 난 너를 보지 못하고 그저 내가 사는 곳에 자리한 하나의 나무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이런 익숙함에 너를 무관심으로 대한 거 같다.

내 주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내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성의로 대하지만,

내 가장 소중한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함으로 그들을 대하며 지내 왔다.

익숙함이라는 말보다 어쩌면 무관심하게 행동하고 말하고 그렇게 지내온 것 같다.

익숙함에 속아서 인지 아니면 내가 나를 대하는 행동이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상처가 생기면 상처가 생겼구나라고 만 생각한다.

그 상처에서 피가 나면 그냥 피가 멈추게만 한다.

치료를 하거나 약을 바르려 하지 않고 난 그랬다.

이것이 내가 나에 대한 익숙함일까?


내 주변에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다쳤을 때 난 어떻게 행동했을까?

약을 챙겨주고, 상처를 소독해 주고, 치료를 도와준다.

그들에게 난 익숙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에게 친절함이 곳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본능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나에게 좋은 평가를 하고 자상함과 대인관계를 잘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난 정말 소중한 나에게 그 익숙함이라는 무관심으로 행동하면서, 타인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이젠 나에게 익숙함이라는 틀을 바꾸려 한다.

내가 사는 집 앞에 소나무에게 매일 한번씩 바라보며 미소를 보내려고 한다.

내 앞에 바르게 오래 있어줘서 고맙다고.

바람이 불어 너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눈 감고 너의 향기를 느끼며 잠시 자리에 서서 향기를 느낄 것이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해서 집 앞을 산책할 여유가 있다면 너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서 네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볼 것이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너의 가지가 무겁지 않게 내가 도와줄게.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함이라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관심으로 바꾸고 싶다.

그래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 자신에게도 그동안 익숙함이라는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그동안 익숙함 속에 무관심으로 대했다면 이젠 익숙함에 관심과 배려로 그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수덕사의 겨울 눈 내리는 풍경이 나 자신에게 많은 답을 찾아준다.

바람에 흘러오는 너의 그 향기와, 바람에 흔들려 내 머리 위로 떨어진 너의 잎과, 눈 내리는 풍경에 푸르름이 하얀 눈꽃 옷을 입어 변화하는 풍경이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익숙한 풍경을 통해 내가 사는 곳에서도 그 익숙한 풍경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익숙함이라는 말에 속아 나 스스로 그리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내 행동을 알게 하고, 이제는 조금씩 급하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처럼 조금씩 익숙함이라는 말속에 관심이라는 말을 더할 것이다.

익숙함이라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할 것이다.

내가 소중하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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