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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Dec 28. 2023

삶의 속도

스쳐 지나는 것들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혼자 고향 집을 가는 날, 고속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빠른 속도록 지나가고 있었다.

가까이 보면 빠르게 지나가고, 멀리 보면 조금씩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고속버스를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무엇이 급해서 저리도 빨리 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고속버스가 저들보다 빠르지 않아서 다른 차들이 빠르게 보이는 것일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내가 속도를 체감할 수 없지만, 보이는 풍경으로 그 빠름을 이해한다.

그런 빠름 이해를 무색하게 만드는 더 빠른 차들, 그들은 지금 나보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겠지만,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가까운 풍경부터 먼 곳의 풍경 속 모습까지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달리는 앞만 보며, 가고자 하는 그 방향으로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그저 앞만 보며 빠르게 달려간다.

나도 이전에 앞만 보며 빠르게 달리는 것만 했었다.

가야 할 목적지만 생각하며, 빠르게 앞으로 달리는 것만 했다.

지금처럼 여유로움으로 차창 너머 모습을 지켜볼 여유도 없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 차에 있었다.


나는 달린다.

내 삶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 차창 너머의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하고 삶이라는 책임감으로 앞만 보며 달리던 내 모습에서 놓쳐버린 것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것도 알지 못하고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려온 것 같다.

내 삶의 속도를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난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어떤 길을 달려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놓여진 지금의 자리에서 책임감이라는 것으로 열심히는 달릴 것 같다.

그 속에서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과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면 달려서 지금까지 왔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 체 우린 지금까지 달려던 모습으로 앞으로도 계속 달려야 할 것이다.


삶이라는 속도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여기까지 왔는지 난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놓친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이는 없다.

모두가 그렇게 삶이라는 속도에서 많은 것을 놓치며 달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달리는 속도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내가 가진 책임감에 그리고 지금까지 삶이라는 속도에 익숙하여 주변을 살피는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것을 보기에는 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먼 곳을 보기에는 그럴 여유가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내 삶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각자가 짊어진 삶의 책임감이 틀렸고, 각자가 가야 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와 비교할 수 없었다.

나도 가까운 것부터 먼 곳의 풍경까지 바라보며, 삶이라는 속도를 잊고 잠시는 여유로운 시간을 허락하고 싶다.

책임감과 익숙함에 삶의 속도에 지나치는 것이 없도록 나 자신에게 여유로운 속도를 주고 싶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빠르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 달려야 하는 도로에 왔고, 그 도로에서 난 멈춤 없이 앞만 보며 달리는 것만 했다.

느려지지 않으려고 앞만 응시하며 삶의 속도에 의지하고 책임감을 짊어지고 달리기만 했다.

주변에 무엇이 지나가고 있는지 볼 수 없이 그렇게 다리고 있었다.

너무 빨리 다리는 것에 가까운 것들이 너무 순간에 지나가 버렸고, 난 가까운 것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이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다.

먼 곳의 모습도 보지 않았다.

그곳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체 난 삶이라는 속도에 느려지지 않으려 앞만 봤다.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네 바퀴 차들도, 두 바퀴 오토바이도 도로의 먼지를 날리며 앞으로 달려만 간다.

빠르게 달려가는 그들은 분명 향하는 목적지가 있다.

삶이라는 속도에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 목적지는 내가 찾아야 되는데,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리던 난 삶이라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렸다.

하지만 가끔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살피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물론 가까운 것은 순간의 시간에 지나가 버릴 것이다.

먼 곳의 풍경은 조금은 느리지만 보일 것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난 삶이라는 속도에서 앞만 보던 내 삶 너머의 풍경을 조금씩 살피며 달려야 했다.


지금까지 삶이라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으려 앞만 보던 내가 무엇을 흐리며 잊고 있었는지 한번은 봐야 했다.

내 삶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내가 봐야 했다.

조금은 빠른 삶의 속도를 멈추고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그 방법을 배워야 했다.

빠르게 달릴 때 보지 못하던 가까운 것을 조금은 삶의 속도를 늦추어 살펴야 했다.

그런 주변을 살펴야 내가 가고 있는 목적지가 어딘지 생각해야 했다.

오로지 내 삶의 속도가 늦어질까 두려워하지 말아야 했고, 조금은 속도를 늦추어 주변을 봐야 했다.

누구와 경쟁하듯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인데 무엇을 얻으려고 그렇게 빨리 다리는 것만 배웠는지 이유도 모르며 여기까지 왔다.

지금 와있는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른 체 난 그렇게 삶이라는 속도로 달려왔다.


내 삶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이젠 속도를 생각하지 않고, 달리며 가끔씩 보이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보기 위해 속도를 조금은 줄여볼 생각이다.

내가 이미 지나온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이제부터 보이는 것에 속도를 맞추어 달려볼 생각이다.

삶의 속도라 얼마나 빠르게 지나는지 가까운 곳을 보며, 조금은 달리던 삶의 속도를 줄여볼 생각이다.

그렇게 줄어든 속도에 내 주변의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볼 것이며, 내가 무심한 듯 잊어버린 것들을 찾으려 할 것이다.

삶의 속도는 오로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느리다고 해서 삶이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빠르다고 해서 삶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택한 삶이 너무 빨라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슬픈 일이다.

이제는 난 앞만 보며 달리는 내 사람의 속도를 가끔은 줄여서 내 주변의 풍경을 살피며, 그 시간을 내 마음속에 담으려 할 것이다.

내 삶이란 주어진 것이지 빠르게 달리는 것들처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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