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묵했다.

말없이 나를 응원한다.

by 김동환 예비작가

어두운 밤이 지나 새벽이 찾아오면 나는 어디론가 정해져 있는 곳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하루에 인사를 나누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들 업무를 말하는 사람들로 쉼 없이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난 이런 시끄럽고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말없이 그저 하늘의 흐름만 조용히 보고 있고 싶다.

난 누군가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것이 싫다.

지금 난 충분히 힘들고, 내 마음 어느 것에서도 위로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정말 나의 안부가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인지 그것마저도 나는 궁금하지 않다.

그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도, 나의 안부를 묻는 것도, 같은 공간에 있는 지금 모든 것이 나를 억압하듯 짓누르고 있다.


시간은 흘러간다.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누군가의 말소리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하늘에 흐르는 시간을 말없이 바라보며 조용히 있고 싶다.

무언가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지 않고, 좁은 공간에 갇혀 몸이 묶여 무엇도 할 수 없이 억눌린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말없이 침묵 속에서 넓은 세상이라는 공간의 하늘을 보며, 무엇이 흐르든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 시간을 말없이 보내고 싶다.

하루의 시작에서 하루에 끝나는 시간까지 우리는 아니 나는 침묵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에 그리고 숨소리에 감싸여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사람들과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를 묻고 답하며, 의미도 목적도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어느 순간부터 그런 시간이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소음으로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이유도 알 수 없는 감정 상태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


내가 어떠하든 사람들은 나에게 여전히 의미도 목적도 없는 안부와 말을 건넬 것이고, 나는 짧지만 그 말에 응답을 하며 지금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시간에 모든 것이 멈추어 그 침묵의 시간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엇을 하던 어떤 상황이던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사람들은 업무적이던 개인적인 여담이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난 그 시간들에 소음을 견디고 있어야 하며, 누군가 건네는 안부를 묻는 짧은 말에도 내 마음속에 우울함을 말하지 못하고 아무 일 없는 듯 눈인사로 말을 대신한다.

내가 말하지 않고 짧은 눈인사로 대신하는 지금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한 소음 속에서 나는 매 순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어느 날부터 나에게 찾아든 우울함과 불안함에 힘들어 한숨마저 편하게 쉬지 못하는 지금의 내 마음을 나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지금 나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웠고 싫었다.


누군가 지금 이런 내 모습을 알아버릴까 두려움에 아무것도 아닌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그런 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는 우울함과 불안함에 싸여 사람들과 대화도 하지 못하고 나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그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 마음에는 여전히 우울함과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 일 없는 듯 나는 힘들게 숨을 쉬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그들처럼 아무 일 없는 듯 많은 말을 걸어오지만, 난 그 질문에 대답할 뿐 그 순간들은 나를 너무 힘들게 찾아드는 불안한 시간들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 가끔은 불안함과 우울함에 사로잡혀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나를 알아볼까 두렵기까지 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알아버릴까 두려웠다.


새벽이 찾아온다.

늦은 밤이 찾아오는 순간에 이제는 사람들과 떨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나만의 세상으로 어쩌면 숨고 싶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인가 해방감을 주는 것 같지만, 그 해방감도 잠시 나만의 세상에서 난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했던 소음에서 벗어나 아무런 말도, 어떤 소리도 없는 나만의 세상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우울함과 불안함에 난 눈물을 흘린다.

숨 쉬는 것도 버거워 가슴을 짓누르지만, 그 무거운 짓누름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커다란 바윗돌을 치워야 저 너머의 세상이 보이겠지만, 그 바윗돌을 치울 힘이 없다.


그 바윗돌이 굴러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나는 나만의 세상으로 들어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런 짓누름에 힘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난 숨 쉬는 내 모습을 보며 무엇을 위해 지금을 숨 쉬는지, 무엇을 위해 지금을 견디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대답하지도 못하고 힘겨워하며 거칠지만 고통으로 숨 쉬는 내 모습을 나는 보고 있다.

어느덧 깊은 밤이 지나 새벽이 찾아올 때쯤 난 그 억누름에서 짧은 잠을 청해 본다.

잠을 자면 잠시라도 그 억누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새벽이 찾아온 지금에서야 잠시 잠을 청하는 생각을 한다.

새벽이 되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난 눈을 뜨면 다시 찾아든 우울함과 불안함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새벽을 흘려보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눈물과 함께 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있다.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눈물 흘리며, 나에게만 보이는 눈앞의 커다란 바윗돌은 여전히 내 눈앞에 있다.

내가 나의 세상으로 들어오면 나에게만 보이는 바윗돌이 여전히 있다.


바윗돌을 넘어서다.

내가 들어간 나만의 세상에서 내 눈에 보이는 커다란 바윗돌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내 안에만 있는 바윗돌이다.

그 바윗돌이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커다란 장애물이라 생각했고, 그 바윗돌이 나를 짓누르는 고통으로 매일 눈물 흘린다고 생각했다.

그 커다란 바윗돌이 내 앞을 가려 그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하고, 바윗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두려움에 난 우울함과 불안함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눈물 흘리며 시간을 고통 속에서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에, 나의 힘든 세상에 그 누구도 없어 소리 지르지 못하고 침묵으로 나는 견디고 있었다.

커다란 바윗돌이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난 알지 못하고 우울함과 두려움에 소리 없이 힘겹게 눈물만 흘리고 있다.


누구도 나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울함과 어떤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거라는 불안함에 난 여전히 힘겹게 눈물만 흘리고 있다.

숨 쉬는 것이 버거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커다란 바윗돌에 깔려 버리고 싶은 생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찾아들지만, 아직은 견디고 있어야 한다는 침묵 속의 나의 소리에 난 지금도 견디고 있는 것이다.

내 눈앞을 가로막은 커다란 바윗돌을 내가 견디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난 침묵으로 견디고 있었다.

멀리서 무언가 내 뒤로 나에게 작지만 침묵 속 울림의 소리가 들린다.

지난날에 내가 웃던 익숙한 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오고 있다.

내가 침묵했던 오랜 시간 들리지 않았던 것이 작지만 조용히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나는 말하지 않으려 했고, 사람들을 피하는 것 때문에 난 침묵을 선택했던 것이지만, 내 오랜 침묵 속에서 커다란 바윗돌을 힘겹게 견디면 있었기에 내 뒤로 침묵 속 나지막하게 지난 시간의 익숙했던 나의 웃음소리 뒤에서 나지막이 들려온다.


내가 언제 그렇게 웃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그런 순간에 뒤를 돌아봤을 때 내 뒤에서 또 다른 내가 나를 밀어주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내 웃음소리가 나를 커다란 바윗돌을 견딜 수 있게 뒤에서 소리 없이 나를 밀어주고 있었다.

나의 세상에서 나는 침묵했고, 내 귀로 들리던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닫고 무엇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의 세상에서 내 눈을 가리고 자리 잡은 커다란 바윗돌마저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했고 모든 것에서 나는 침묵으로 답하려 했다.

내가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들으려 하지 않았고, 답하지 않으려는 모든 순간의 침묵 속에서 내가 들어줄 때까지 기다려준 나의 오래전 웃음소리가 내 뒤를 지키며 나를 지금까지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나의 세상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 공간에서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이 기록되어 남겨진 곳이었다.


내 눈앞을 가린 커다란 바윗돌은 내가 넘어야 할 고난이다.

그 고난은 나를 짓누르지도 가로막은 적도 없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고난이다.

난 내 눈을 가리고 있어 커다란 바윗돌이라 생각했고, 그 바윗돌이 나를 짓누르며,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생각했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나만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난 침묵 속에서 나지막이 들여오던 지난날의 내 웃음소리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을 이제야 들을 수 있었고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던 내 웃음소리와 그리고 지난날의 나의 행복이 가득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난 잊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잊고 있어서 난 항상 불안함과 우울함에 가려져 눈물만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침묵 속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려 하지 않았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내가 걸어온 시간을 난 잊고 있었다.

그 속에 나를 지켜줄 힘이 있다는 것을 난 잊고 있었다.


내 눈에만 보이던 커다란 바윗돌은 내가 너머야 할 고난이다.

고난은 그것을 넘기 전까지 나에게 고통을 줄 것이며, 그 고통 속에서 어떻게 내가 빠져나오냐에 따라 내 눈을 가로막아 보이지 않았던 나의 세상이 다시 보일 것이다.

그 세상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다면 내 침묵 속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나의 행복한 기억으로 더 이상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불안함과 우울함에 항상 힘겹게 눈물만 흘리던 내가 침묵을 깨고 내 눈앞으로 가로막은 고난을 넘으려 한다.

나의 세상에서 내 눈앞을 가로막았던 고난을 난 이제 마주한다.

그 고난을 넘어가기 위해 난 침묵 속에서 나지막하게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젠 그 소리를 들으려 한다.


지금까지 침묵으로 대답하고, 침묵으로 말했던 시간을 넘어, 이제는 침묵 속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며 그 소리에 응답하려 한다.

나지막하게 들려오던 소리에 내가 응답하는 순간, 지금까지 내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커다란 바윗돌은 나의 착각이었고 그 착각한 바윗돌은 고난이라는 장애물이었으며 난 이제 그 장애물을 넘어가려 한다.

그 고난이 내 발목을 붙잡을 수 있겠지만, 난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겨낼 것이다.

오랜 시간을 침묵으로 귀를 닫고, 침묵으로 말하고, 침묵으로 일괄했던 나를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내 지난 행복한 기억을 떠오르며 내 발목을 붙잡은 그것에서 이겨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불안하다 생각했던 그것에서 자유로워지려 하는 나의 노력과, 나를 우울하다 생각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나의 의지가 중요하다.

귀를 닫고 침묵으로 일괄하지 않을 것이며, 내 침묵 속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이제는 귀 기울이며 그 나지막한 소리를 들으려 할 것이다.

나지막하게 들리는 것에 나는 나지막하게 말할 것이다.

난 아직 숨 쉬고 눈앞에 고난을 이겨내고 있다고, 그러니 난 떠나지 말고 내 뒤에 항상 있어주며 응원해 달라고, 내 세상의 또 다른 나에게 말할 것이다.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다고 침묵으로 말하던 내 지난 추억의 나지막한 소리에게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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