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황

by young


날씨가 좋은 날은 방황을 한다. 목적 없는 발걸음으로 거리와 공원을 방황하고, 생각과 마음도 이리저리 방황하도록 놓아둔다. 어떤 고민은 연둣빛 나뭇잎이 반짝이는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또 어떤 고민은 맑고 파아란 하늘 위에 붙여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던지 봄볕 아래 여기저기 널어두자 나는 몹시나 가벼워진다.


봄을 좋아했던 적은 없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봄도 늘 서늘했다. 어느 순간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무작정 노랗거나 분홍거리는 개나리나 진달래를 보면 어쩐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제때 입지도 못한 채 장롱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봄옷들을 보면 다시는 봄옷을 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목적도 없고 효율도 없는 계절이라고 흉을 봤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 봄은 늘 꼴찌였다.


그런데 이번 봄은 그게 아니다. 살짝 차가운 봄바람을 맞으면서도 봄볕의 따스함이 부드럽다. 여전히 샛노랗고 진분홍색인 개나리와 진달래가 싱그럽고 귀엽다. 입을 때를 놓칠세라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대보는 봄 쟈켓과 셔츠들이 가볍고 반갑다. 그토록 흉만 봐온 봄 앞에서 겨우내 세워왔던 몸과 마음의 가시가 뚝뚝 떨어져 나가니 여간 스스로가 쑥스러운 게 아니다. 나는 이제껏 몇 번의 봄을 귀히 여기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걸까.


밤은 아직 차갑지만, 내일은 다시 따뜻한 봄일 것이다.

나는 아침이면 기지개를 켜고 봄방황에 나설 것이다.

올해부터 봄은 더 이상 꼴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