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의 맛

by young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소설가를 넘어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루키 특유의 두 언어(일본어와 영어) 사이를 오고 가는 번역투와 힘을 뺀 농담조의 문체 이외에도 술(특히 위스키), 재즈, 클래식, 야구, 달리기, 티셔츠, 청바지 등으로 그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괜히 '하루키 월드'라는 말이 생겨난 게 아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쓴 글들을 차곡차곡 읽어오면서, 그 안에 드러나는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안목을 따라가는 일은 당연히 흥미롭고 유쾌했다.

하지만 난 어쩐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게 글뿐이었을 때가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글을 읽고 나면 굶주린 배를 물로 채우고 나서 헛배가 부른 것처럼 헛헛함이 밀려온다.


내가 스무 살 때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맛있게 읽었던 그의 글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하루키는 글이고 글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일차원적인 담백한 맛.


아마 하루키도 가끔은 그때의 그 글, 그 맛, 그리고 그 삶이 아련해질 때가 있지 않을까.


세상에 신기하고 화려한 맛 많아도 결국 오래가는 맛은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듯이,


삶에 무수한 시점이 존재하여도,
역시 그중 제일 자연스러운 것은 일인칭 단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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