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행문을 비교적 쓰기도 읽기도 쉬운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소설은 (사실에 기반한) 상상이지만, 기행문은 (상상을 품고 출발한) 사실이다. 시는 (언어로 그리는 추상화라서) 해석의 틈을 열어두지만, 기행문은 (언어로 찍는 사진이라서) 본 것을 보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북은 정보(만) 주지만 기행문은 정서(도) 전달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기행문을 쓰는 사람의 몫이다. 이제 그 글에서 흙의 감촉을 느끼고, 이국음식의 맛을 살려내고, 여행자의 옷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낯선 언어로 흐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느냐는 철저히 독자의 능력인 것이다. 상상은 자유니까 작가가 본 것과 다른 것을 보는 것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부터 그 독자는 작가와 다른 비행기를 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일본인 야생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의 글이다. 그는 10대 후반, 북극에 대한 열망 하나로 아무 준비 없이 알래스카로 떠났다. 그 후 영어점수 하나 없는 처지에, 알래스카대학의 야생동물학 과장을 설득시켜 해당 대학에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알래스카의 품에 20년 동안 안겨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이 글은 극한의 알래스카를 체험한 탐험기라기보다는, 알래스카에서 한 여행자가 생활자로 변모해가는 20년 동안의 기록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책 속의 글들은 끊임없이 북극의 빙하와 얼음바람을 써 내려갔지만, 책을 읽는 내내 뭉그러지는 나의 마음이 자꾸만 알래스카를 따뜻한 곳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내가 그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었는지는 역시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알래스카행 티켓을 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이 책 때문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