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2015년에 만난 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총 3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연재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장강명 작가님에 대해 적어봅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은 온라인 서점(리디북스, 알라딘)에서 눈에 띄어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한국이 싫어서>라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뭔가 속시원하게 제 마음을 대변해 줄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작가님이 기자 출신이시라고 하니 뭔가 사이다 같은 수필집 같지 않습니까?
막상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니 이것은 소설이었습니다. (표지에 분명이 장편소설이라 적혀있지만 전 이 책이 수필인줄 알고 구매했습니다.) 게다가 분명 사진으로 봐선 남자 작가님이었는데 20대 후반 여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내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생겨 <댓글부대>를 예약구매 해서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현재 출간되어 있는 장강명 작가님 책들이 더 있습니다. 지금 사놓고 안읽은 책들이 많아 현재 보유분이 줄어드는대로 <표백>, <호모도미난스>, <열광금지, 에바로드>, <그믐>등을 하나씩 읽을 예정입니다. 두 권만 읽고 성급하게 글 쓰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싫어서>를 읽으면서 놀란 포인트가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어떤 부분도 과장되지 않고 솔직하고 사실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연령대가 저와 비슷하고 시각이 유사하여 더 공감갔던 것 같습니다. <댓글부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만큼 묘한 사실감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이 싫어서>도 무척 뚝딱 읽었지만, <댓글부대>의 경우 책을 읽기 시작한 날 밤에 새벽까지 다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책을 덮을 수 없을 만한 흡입력이 있습니다. 이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실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이런 책을 두고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영어로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페이지를 턴(turn), 즉 넘기게 만드는 책이라는 뜻이다. / 출처)
앤디 위어에 이어 이 분도 공대 출신이십니다. 건설회사에 잠시 다녔으나 동아일보 기자로 10여년간 일하시다 지금은 전업 작가가 되셨다고 합니다. 장강명 작가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기자 이력에 대해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작가와 기자 모두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지난 직업적 이력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봅니다.
두 책 모두 작가님이 출처에 대하여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나서 '작가의 말'에 누구를 인터뷰했고, 어떤 커뮤니티를 참고했으며, 어디서 자료를 수집했고, 어떤 표현을 차용했는지까지 꼼꼼하게 적어두신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어쩌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문학계에 표절 시비가 한바탕 지나간 것을 고려하면 신기할 만도 했습니다. <댓글부대> 역시 모티브가 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출처를 명시하고 있고 사실과 허구에 분명히 선을 그어 두셨습니다.
요즘은 남의 것을 제 것인냥 쓰는 것에 무감각해져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무감각해졌다기 보다 아예 그 개념조차 상실한 시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과하다 싶을 만큼 디테일하게 출처를 밝혀주신 장강명 작가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이 싫어서>의 경우 읽고 나서 작게나마 위안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내 마음을 대변해주어 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어떤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위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각박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되짚어보게 했습니다.
<댓글부대>는 유쾌한 책이 아닙니다만 꼭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가 온라인 상에서 접하는 모든 형태의 콘텐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온라인 상의 정보나 댓글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이 외부의 것들로부터 어떻게 영향받는지 교묘하게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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