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만난 작가 #1
앤디 위어
개발자 출신, 취미로 쓴 게 이 정도
올해의 책을 꼽아 볼까 하다가 촛점을 책이 아닌 작가로 바꾸어 2015년에 만난 작가 중 3분을 선정했습니다. 세 작가를 모두 한 글에 담아 발행하려다 보니 과한 욕심에 차일피일 미뤄져 한 분씩 발행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오늘 그 첫번째 작가 앤디 위어(Andy Weir)에 관한 글을 써봅니다.
* 앤디 위어의 경우 올해 만난 작품이 하나라 작품과 작가를 구분하는 것이 다소 모호하게 되었네요.
Andy Weir, <The Martian>
올해의 작품, 마션
올해의 책이라기 보다 올해의 작품으로 앤디 위어(Andy Weir)의 마션(The Martian)을 꼽고 싶습니다. 영화도, 책도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았는데 내용을 다 알고 책을 보았음에도 영화보다 책이 더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책을 영상화 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책에 더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있어 좋았습니다. 맷 데이먼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만 책 속 캐릭터들이 더 가깝고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착하고도 착한 작품
모든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크 와트니(Mark Watney)를 구하고자 협력합니다. 지상에서 돕는 NASA 직원들과 헤르메스 호에 있는 아레스3 동료들, 그리고 기술 경쟁국인 중국까지. 누구 하나 나쁜 마음 먹지 않고 그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지구상의 온 인류가(!) 그의 성공적인 귀환을 한마음으로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 지인분이 페이스북에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신걸 보는 바람에 긴장감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보았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주인공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우주 탐사 임무를 띄고 - 엄청난 능력자들 사이에서 선발되고 그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여 - 모험을 떠났다는 것 자체가 마크가 보통 멘탈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저런 상황에 처해서도 담대하게 마음먹고 행동하면서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워낙 착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헤르메스를 책임지는 리더의 모습도 그러했고, 비행총괄하는 이도 그러했고, 화성탐사 대장도, NASA 국장도 각자의 위치에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이한 구성
영화는 시간 순서지만 책은 시간 순서가 다릅니다. 더 치밀하고 극적으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홀로 말하는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재미로 가득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쩌면 이점이 이 책의 강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설명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말함으로써 마크 와트니의 내면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뼛속까지 공대생
영화와 책을 보고나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웹서핑을 해보았는데 이 분은 전업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마션을 집필할 당시는 아니셨더라구요.) 놀랍게도 개발자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화성과 지구, 헤르메스의 궤도를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시뮬레이션하여 헤르메스의 귀환 시간이나 화성일과 지구일을 계산값에 맞게 적었다고 합니다. 이러니 애정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글을 마치며...
주말에 만난 친구가 마션을 보다 잠이 들었다고 하여 적잖이 놀랐습니다. 개취존중! 저는 영화와 책을 보고 작가에 대해 검색해보고, <마션>을 다룬 거의 모든 팟캐스트를 찾아 들었을 정도로 좋았는데 말입니다. 하하.
마션의 매력에 푹 빠진 이유는 허황된 과학 영화가 아니면서 - 사실감을 유지하며 적절히 이공계적 용어도 섞어주고 - 뭉클한 휴먼 스토리여서가 아닐까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 표지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 영문 책 표지 출처: AndyWeirAuthor.com
* 국문 책 표지 출처: Ridibooks
* 영화 스틸샷 출처: FoxMov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