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올해 초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정돈된 삶을 살자는 이야기라기보다 가치관을 바꾸게 해 줄 하나의 삶의 방식에 대한 제언이었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을 읽은 직후에 너무나 감명을 받아 짝꿍한테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그 일의 부작용(?)으로 마트에 가서 `이거 살까?`라고 하면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며`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응용력보소
여튼, 그 책을 읽고 집에 있는 짐들을 왕창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면 마음은 있되 실행에 옮겨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종이류(책, 문서류)를 많이 가지고 있던 터라
- scannable/scansnap으로 스캔한 뒤 버리거나
- 이제껏 안 읽은 책이라면 앞으로도 안 읽으리라 생각하고 버리고
- 웬만하면 종이책 대신 리디북스로 구매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이사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집에 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보통 이삿짐을 오전에 싸고 트럭에 실은 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짐을 내려놓는다는데
우리 집은 짐이 적어 빨리 싸고 빨리 푸는 바람에 이삿짐 나르시는 분들이 점심 안 드시고 오후 1시 전에 철수하셨다.
짝꿍과 내가 버린 옷만 네 박스!
내가 추억을 넘나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 ㅎㅎ 대학생 때 학교 축제 때 입었던 동아리 단체티나 축구 저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 씨가 제안한 대로 그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사진을 찍어두고 버렸다.
옷을 왕창 버리니 옷장에 여유가 생겼고, 서랍장에 빈칸도 생겼다.
그렇게 낙낙한 수납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발코니에 쌓아두었던 수많은 짐들도 대부분 정리했다.
이사 오기 전에 정리할 여유가 부족했던 터라 이사 오고 나서도 계속 솎아내고 있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거실에는 소파랑 책상(+책상 서랍), 에이콘만 두고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공유기와 시계 딱 두 개만 올려두었다.
이전 거실에는 책장도 있었고, 책상 위에 모니터, 맥북 등도 있었는데 싹 다 치워버렸다.
냉장고도 줄였다.
800리터대 냉장고를 처분하고 300리터 미만의 냉장고를 구매했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인덱싱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건들을 맥락 별로 분류해서 라벨링 해두었다.
살짝 오버해서 말하자면 우리 집에 처음 온 사람이 스스로 어떤 물건을 찾거나 어떤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ㅎㅎ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가 이게 정말 꼭 필요한지 한 번 생각하면 대부분 마음을 접게 되고,
요즘은 심지어 `이건 그냥 예쁜 쓰레기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집이 너무 좋다.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서 집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집이 좋아서 빨리 집에 오고 싶다.
부디 이 평화가 앞으로 계속 유지되길 :)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Ridibooks > https://ridibooks.com/v2/Detail?id=1780000032
* EBS 스페셜 물건 다이어트: http://www.ebs.co.kr/tv/show?prodId=439&lectId=10416255
* MBC 스페셜 버리기의 기적 1부(717회), 2부(718회):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bcspecial/vod/index.html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