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을 통해 배운 부드러움의 힘
해와 바람의 이야기.
해와 바람이 내기를 한다. 저기 저 행인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길 것인가.
바람이 세차게 불어보자 행인은 외투를 더 세게 여민다.
해의 차례. 따뜻한 해는 따뜻한 햇살을 비추어 행인이 더워 외투를 벗게 했다.
그렇게 해의 승.
어릴 때 들었던 이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 이유는 이번 추석 여행 때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묘하게 이 책의 오른쪽 뒷날개에 ‘에고라는 적’이라는 책 광고가 있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다. 얼마 전 그 책(‘에고라는 적’)을 읽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 작가가 말하는 내용에도 크게 동의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저자가 말하는 고압적인 어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교수님, 혹은 신부님, 혹은 변호사)님의 글은 전혀 다른 자세로 말하고 있었다. 한마디 한마디 겸손하게 이어가며 전혀 강요하지 않는 가운데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더 수긍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답을 찾아주기보다 자신의 답을 이야기하며 나 스스로 나만의 답을 만들길 제안하는 듯한 어조가 좋았다.
내가 어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피하거나 정면으로 맞서거나. 그 두 가지 말고 다른 방법이 있냐고?
있다. 부드럽게 이겨내기.
맞서기로 마음먹었다면 가감 없이 직언하는 쪽을 선호한다. 설사 그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명확하고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모호하게 이야기 하자는 뜻이 아니다. 말이든 글이든 부드럽고 완곡하게 표현할 방법이 있을 것이고 때론 그 방법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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