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수요 인문학 콘서트 - 소설가 김영하
판교에 김영하 작가님이 오신다니! 회사 동료가 알려줘서 냉큼 신청한 행사. 덕분에 오늘 김영하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왔다.
행사 모집 포스터에는 '소설,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고 적혀있었는데 스타트업캠퍼스에서 하는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라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했다. (뭔가 주최 측과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말 그대로 관계가 먼 단어들을 연결해본다. 사과 > 우주 > 빈대떡 > 신발.. 이런 식으로.
강연 듣는 참석자들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 없는 단어들을 끄집어내는 릴레이를 해봤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재밌는 단어들이 나왔고 무작위로 나오는 단어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웃고 재밌어했다. 벌써 뇌가 말랑말랑해진 기분이!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예로 들어주신 인상 깊었던 사례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크루즈를 같이 타신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생각해냈던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 다음날 배에서 눈을 뜨자 사람들 얼굴이 모두 똑같아졌다.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건 이름표뿐이었고, 이름표를 바꿔치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본인이 본인임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
뭐 이런 것들 :)
얼마 전 '이동진 독서법'이란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이동진 님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2가지로 이야기했다. 첫째는 인간은 인생을 한 번밖에 살 수 없기 때문에 문학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경험해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침 오늘 김영하 작가님도 궤를 같이 하는 말씀을 하셨다. 문학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하나의 양식으로, 인간은 인생에서는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고 이때 영화나 소설을 통해 학습된 경험을 떠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통해 인생을 미리 경험하고 배운다는 것이었다.
강연 말미에 있었던 질의응답 시간에 한 분이 질문과 그 답변이 가장 마음에 꽂혔다.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 창의력이 필요한 것을 알겠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중요한 요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겠느냐?" 고 질문했다. 그러자 작가님은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 그만큼 좋은 스토리를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좋은 스토리를 많이 읽으면 그 이야기들이 다 내 안에 쌓이고 실제로 글을 쓸 다가 막힐 때 마치 연장이 많은 목수처럼 꺼내 쓸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셨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이었다. 이 분이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으셨을까. 비단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나 에세이등 정말 많은 콘텐츠를 접하셨으리라 짐작이 갔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서비스를 써보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질문하고, 이야기를 듣는 걸 멈추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내 경험에만 갇히지 않도록 방심하지 말아야지. 아, 물론 책도 많이 읽고^^
혹시나 사인받을 수 있을까 하고 집에 있는 김영하 작가님 책 중에 3권을 챙겨갔는데 강연 기다리면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그 짧은 시간에 다시금 책에 빨려 들어갔다.
하루 종일 힘들게 업무를 마치고 저녁도 못 먹고 달려간 강연이었지만 맨 앞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오늘의 일기 끝!
* 관련 글: 김영하가 돌아왔다, <오직 두 사람>
* 행사 링크: [스타트업캠퍼스]7월의 수요인문학콘서트
* 꼼꼼히 적지 않고 기억에 의존한 블로깅이라 실제 말씀하신 내용과 정확히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듣느라 적을 겨를이 없었어요!ㅎㅎ)
* 사인은 안 해주고 가셨습니다. 200명 가까이 온 대규모 강연이라 사인해주시긴 힘드셨을 거 같습니다. 요즘 동네책방에 게릴라로 나타나시니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 하세요 :)
https://www.facebook.com/writer.kimyoungha/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