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주문한 책이 목요일에 도착했고 기다렸던 주말이 왔다. 단편 하나하나를 아껴 보았고, 아껴보았음에도 이 책을 다 읽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간밤에 꿈을 꾸었다. <오직 두 사람>에 실려있는 단편 7편이 하나하나 살아 내 머릿속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꺼내 주었다. 분명 어딘가엔 있었겠지만 평소에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 조각들이 걸어 나왔다. 평소 자주 꺼내보지 않았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추억들이 아니었기 때문 일터인데, 그렇다고 그 기억들이 내 것이 아닌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내 안에 뒤엉켜 있는 그 응어리들을 어루만져 녹여주는 느낌이 있다.
어두운 그 응어리들을...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은 비문학 지문부터 풀고, 문학작품이랑은 20년 넘게 담을 쌓아오던 공대생에게 책의 재미를 알게 한 건, 아니 더 정확히는 글 읽는 재미를 알게 해준건 김영하 작가님이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그 책이 시작이었다.
어디선가 본 글인데 (어떤 영화관의 바닥에 쓰여있는 문구였는데, 영화감독 혹은 영화 평론가가 한 말 같은데 못 찾겠다..) 보통 사람은 영화를 한 번 보고, 정말 좋아하면 두 번 보고, 여러 번 보고, 정말 영화를 사랑하게 되면 직접 만들게 된다고. 김영하 작가님의 글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 그 글이 트위터에 지저귀는 단문이든, 에버노트에 몰래 적는 일기든, 블로그 어딘가에 끄적이는 상념이든, 그 무엇이든 - 불러일으킨 트리거 역할을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책을 (예약 주문해서) 사고, 몰입해서 읽고, 글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주변에 널리 홍보하고!!ㅎㅎ #문학동네 #김영하 #오직두사람 #일단사세요 #후회없는선택
마음은 굴뚝같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고 몇 자 적기란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이 있다. 내가 말로 꺼내 버린 별것 아닌 몇 마디로 작품이 그냥 재단되어버릴까 봐. 누군가에게 잘못된 모습으로 비칠까 봐. 사실, 나 스스로에게 그럴까 봐 겁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형용하기 힘든 그 모호함을 모호함 그대로 두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풀어쓸 능력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주 엉뚱한 상상이지만 가끔 대단하신 분들 중에 자녀가 없으리라고 미뤄 짐작하거나 없길 바라는 마음을 갖곤 한다.
김영하 작가님은 기혼이나 자녀가 없으시다. 내가 참 좋아라 하는 장강명 작가님도 기혼이나 자녀가 없으시다. 두 분(아니 두 분의 배우자분들 포함하여) 네 분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현대인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현대인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작품들에서도 여지없이 위엄을 뽐내는 그의 글이 참 좋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 심지어 바로 이 책에 나온 표현이지만 - 동 세대 작가님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 출판사 사장처럼 저도 언젠가 작가님 초판 작품들을 싸들고 가 사인받는 날이 오겠죠)
당연한 부탁 일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어려운 부탁 일지 모르겠지만,
그저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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