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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Aug 23. 2017

1인당 점유하는 면적의 크기와 질은 돈이 결정한다

자본주의, 1인당 점유면적의 크기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 친구의 방이 우리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보다 컸다. 친구 집의 거실, 주방, 각자의 방, 남는 방들까지 보면 우리 4인 가족이 공동으로 점유하는 공간 전체가 내 친구 1명이 점유하는 공간과 엇비슷했다.


휴가지

한강 수영장과 반얀트리를 비교해보자. 해안가를 개인이 혹은 기업이 혹은 기업의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음식점

김밥천국을 예로 들어보자. 그곳에서 메뉴 주문을 하면 주방에 큰 소리로 그 메뉴가 외침을 당하고 내가 무엇을 먹을지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 라면을 먹고 있으면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다. 그곳에 프라이버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테이블은 서로 떨어져 있고 서로 나누는 대화는 거의 들을 수 없고 따로 룸을 잡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조용히 별도의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중식집이나 일식집 코스요리는 비싸다.


교통수단

누구나 단돈 몇천 원이면 몸을 실을 수 있는 대중교통. 만원 버스나 만원 지하철을 떠올려보면 내 어깨 너비 정도 간신히 내가 점유할 수 있다. 그나마도 두 발 너비 어깨 폭을 간신히 버텨내다가 때때로 이마저도 구겨지곤 한다. 반면 자동차는 어떤가. 비싸고 좋은 차일수록 넓은 공간과 좋은 승차감을 자랑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과 비즈니스의 차이, 또 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자본주의가 얼마나 살벌하게 삶의 많은 것을 가르는지 알 수 있다.


업무공간

내가 4대 보험을 받으며 정식으로 입사했던 회사의 사장실에 가본 적이 있는데 집무실과 회의실이 나눠져 있고 휴게공간도 따로 있다고 했다. 내가 앉아있는 수많은 파티션으로 나눠진 PC방 같은 곳을 못해도 50석 정도는 나눠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밑에 전무님들이 모여계신 층에는 임원분들마다 각자 방이 있고 비서도 한 명씩 다 있다. 회사에서도 1인당 점유 면적은 그렇게 차이가 난다.


돈으로 공간도 사는 세상

작년 10월에 '시간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적다 보니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도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회사를 다녀오니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관련 글: 시간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https://brunch.co.kr/@dhong/113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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