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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Sep 03. 2017

내부자로 산다는 즐거움

직장생활에서 즐거움 찾기

전에 PR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한국 시장 개발(Market development) 담당이란 이름하에 마케팅, 파트너십 등과 함께 맡고 있었던 업무 중 하나가 한국 현지 피알 펌(PR firm, PR 전문회사)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본사 PR팀과 한국 피알 펌 분들과 긴밀하게 일하면서 한국에서의 미디어 담당하는 업무를 했다. 이때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알 펌 분들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기자님들을 만날 기회도 많이 있었다.

이때 피알 펌 분들과 기자님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분들 입장에선 '내부자'가 아님에서 오는 답답함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피알 펌을 예로 들어보자면, 전문가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이나 컨펌은 나 같은 인하우스 담당자가 내리게 되고, 그분들은 항상 검토받는 입장이며, 정보에 대해 제한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 묻거나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어떤 기자분(경제/기업 담당)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취재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긴 하지만 결국은 밖에서 보는 사람이라 진짜 속 이야기를 아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말씀을 하셨다.


컨설팅에 대해 내가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이유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다. 컨설턴트로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겠지만, 어떤 문제를 파악하고 전략과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을 뿐 그것을 실행할 권한까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답에 힘을 싣기 위해 이용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내부에서 보는 모습과 외부에 비치는 모습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소위 말하는 에이전시 개념의 회사가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인하우스 담당자로서 내부자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지는 것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그저 일반 독자 중 한 명이라면 기사에 써진 그대로를 믿었겠지만 (우리 회사가 아닌 모든 회사의 기사를 그렇게 접하고 있고) 그 회사의 내부인으로서 기사를 보면 어떤 내용이 잘못 적혔는지, 어떤 부분이 가리어져 있는지 보인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있다. A회사의 CEO는 미디어를 통해 쿨하고 멋진 사람으로 소개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 CEO는 존경받고, A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A회사의 직원은 그런 미디어로 포장된 회사의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그 회사에 다닌 사람만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부자로서 경험하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내부자들 중 진짜 내부자들이 따로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양의 정보에 접근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크기보다는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몇 명의 사람들이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꼭 모든 내부자들에게 동시에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Daum이 kakao와 합병하기로 했을 때 Daum 직원 중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 조차 기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몇 개의 해외 지사를 닫기로 결정했고, 나는 그 소식을 미디어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알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언젠가 'look on the bright side'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면을 보라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좋은 면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글을 적었다.


모든 사람이 내부자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성향이 있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프리랜서나 전문 firm에서 일하는 게 더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아직까지는) 내부자의 쪽에서 일하는 것이 더 잘 맞는다. 그렇게 내부자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내일 또 출근해야지!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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