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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04. 2017

행복한 순간들, 기록하고 구체화하기

일상 속에서 더 행복해지는 방법

(다음은 설 연휴 하루 전인 지난주 목요일에 쓴 글)




남들보다 하루 먼저 쉬고 싶다는 유혹에 못 이겨 휴가를 썼다. 알람 없이 푹 자고 일어나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커피를 내려서 빵과 함께 간단히 요기를 하고, 노래를 틀어놓고 브런치를 쓰고, 거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밖도 좀 내다보다가 뒹굴거리니 이렇게 세상 행복할 수가 없다.


기록 광이어서 행복할 때 꼭 기록을 남기는 편인데, 오늘도 이 순간을 기록해야지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순간을 기록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이럴 때 기록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어서 내가 진짜 행복해하는 순간들을 알게 되고 그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구체적으로 행복한 순간들을 적어두면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그래, 인생 별건가 이게 행복이지`란 생각이 들어 행복도가 더 높아진다.


바로 오늘 같은 경우! 예전에 기숙사 살 때 주말 오전이면 룸메이트가 서울 가고 홀로 침대 위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쓰곤 했다. 그렇게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걸 한 번 또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역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을 다시 마주했다. 빨래 돌려놓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집안 정리를 마치고 브런치 쓰는 시간!


김정운 박사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있다.



(일부 발췌)


- 행복은 아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 행복하려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야 한다.

- 행복은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이다.

- 난무하는 자기계발서의 추상적 언어로 아무리 자기 최면을 걸어도, 자신의 구체적 생활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뿐만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모든 가치와 이념이 그렇다. 추상적 언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 어휘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다.



<미생>을 쓰신 윤태호 작가님도 무한도전에 나오셔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거 같다. 그때 광희였던가 무도 멤버에게 조언했던 이야기인데 뭔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그냥 막연하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기보다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알아야 그 행복한 순간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에버노트에서 그런 순간들을 적어둔 노트를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항목이 적혀 있었는데 다음은 그중 몇 개를 골라봤다.



- 브런치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폭풍 작성하여 발행했을 때

-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들을 만나 밑줄 그을 때

- 친구들이 나의 드립에 웃을 때

- 누군가 나에게 자문을 구할 때

- 아델의 목소리에 빠져들 때

- 일에 매우 몰입하여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안 들릴 때

- 덕심이 폭발할 때 (예를 들면 셜록-유령신부 개봉날 조조로 보며 하앜하앜 거리는 스스로를 볼 때)

- 여행을 준비할 때와 여행을 할 때

- 운동할 때, 땀을 흘리면서 근육이 쫄깃해짐을 느낄 때

-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일 때

- 이동진의 빨간 책방 새로운 에피소드를 들을 때

- 라디오 스타, 히든싱어, 팬텀 싱어 등 재밌는 예능을 볼 때

- 짤랑짤랑 소리 나는 커피빈의 얼음 소리를 들으며 아이스커피 마실 때

- 짙은 숲 내음을 맡을 때

- 가까운 친구들과 추억팔이, 사는 얘기를 나누며 깔깔 댈 때



거창하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알콩달콩~

일상을 행복하게 채워야가징!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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