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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12. 2017

언어영역을 제일 싫어했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문학 작품을  좋아하게 돼서 참 다행이다

고등학교 때 수능 과목 중 언어영역을 제일 싫어했다.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을 둘 다 싫어했는데 언어영역을 더 싫어했다. 언어영역을 가싫어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지문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회탐구 영역은 문제를 보는 순간 `아, 내가 모르는 문제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반해, 언어영역은 지문을 읽고 문제를 봐야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지문을 읽는데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고 그게 너무나 피로했다. 그나마 비문학 지문들이 있었기에 항상 비문학 문제를 다 풀고 문학 문제를 풀었다. 현대시는 정말 최고 난이도였고, 수능 시험날에도 언어영역 맨 마지막 지문으로 풀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내가 왜 틀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어영역을 제외하고 다른 영역들은 채점하고 나서 해설을 보면 이해가 간다. `아, 이래서 내가 틀렸구나.` 나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게 된다. 그런 반면 언어영역은 해설을 읽어봐도 여전히 내가 왜 틀렸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바로 이해가 갔으면 틀리지도 않았겠지만^^;) 실제로 수능에서도 언어영역에서 복수정답 처리해야 한다는 소송(?)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방송에선가 언어영역에 출제된 문학 작품의 원작자를 찾아가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더니 다른 답을 고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출처 확인 못함)


이와 비슷한 문제는 외국어영역에서도 있었는데 그나마 내가 놓쳤던 몇 가지 의미를 챙겨보면 해설이 그나마 납득이 갔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지금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JLPT 독해 문제를 풀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내 답도 맞는 거 같은데.. 해설은 아니라고 한다! 왜! ㅜㅜ (네.. 함정에 제가 다 빠집니다 ㅜ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문학적 해석 능력이 뛰어났다면 언어영역을 싫어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계속 책도 많이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언어영역과 담을 쌓게 되었고, 책을 멀리하며 살게 되었다. 문학에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푸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이제야 어른 - 혹은 문학적 해석능력을 맞고, 틀리고, 점수로 평가받지 않게 된 지금 - 이 되어 문학작품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소설이 이렇게 재밌는 것인 줄 알았다면, 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게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토요일에도 뚝딱 한 권의 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고 나서 다음 작품 <82년생 김지영>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자주 읽는지 여부를 떠나서 책에 대한, 더 정확히는 문학작품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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