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SRT 등 열차에서 조금만 조용히 가면 안될까요
친구 결혼식이 있어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에 가는 길이었다. 열차에 올라타니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내 뒷자리에 일행으로 보이는 세명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관이 조용해지듯이 출발하면 조용해지리라 기대 아닌 기대를 해보았지만 뒷자리 세 분은 대전까지 신나게 담소를 이어갔다.
기본적인 소음 차단을 위해 항상 이어폰을 챙겨 다니는데 - 그렇다고 내 음악소리가 남에게 들리는 건 또 원치 않기 때문에 - 음악소리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소음을 섞어 들으며 대전쯤을 지났을까. 대전을 지나도 계속 시끄러워서 어떻게 안 지치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시나 이어폰을 빼고 들어봤더니 이번엔 오른쪽 맨 앞줄 두 명이 폭풍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참고로 난 왼쪽 앞에서 세 번째 자리였다)
동대구역에 도착하자 그 두 분이 일어나셨다. 그래! 내가 설마 부산까지 그렇게 가진 않겠지!
하지만!!!! 그 두 분이 내리자 왼쪽 앞줄, 왼쪽 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 줄에 각각 앉아계신던 일행분들 맨 앞줄에 다 모여서 수다 떨기 시작했다. 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뒷줄 세 분 주무시다 일어나셨는지 다시 떠들기 시작... 정말 힘들고 힘들었다...
그렇다고 직접 가서 뭐라 `저기요, 죄송한데 조용히 해주실래요`라고 말할 만큼 시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승무원에게 `2호차 15C, 15D 좀 조용히 시켜 주세요.`라고 항의할 수준도 아니었다.
내 청각이 너무나 뛰어난 것인지,
신경이 예민한 건지.
올라오는 길엔 자꾸 뒷 자석 분이 차길래 살짝 돌아보았더니 부부와 어린 아기가 탔는데 아기가 신나게 접이식 테이블을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기가 내 뒷자리가 아니라 내 대각선 뒷자리라 나는 직접 충격이라기보다 옆자리 충격을 옮겨 받는 수준이었다. 옆자리 분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덕분에 영화관 뒷발차기 당하는 기분을 신나게 느끼며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이건 아이가 칭얼대면 열차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연속적이기보다 간헐적이었다. 잠은 한 숨도 못 자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2시간 반을 보내며 돌아왔다.
함께 타는 대중교통에선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이해하는 만큼 배려도 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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