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위해 돈과 집을 준비하도록 하자
주말 동안 짝꿍과 교외로 나들이를 갔다. 날씨는 정말 화창하게 좋았고 오래간만에 교외로 나가 콧바람을 쐬니 어찌나 좋던지!
여행 코스 중 수목원에 들렀는데 수목원 입구에 작은 갤러리 하나가 있었다. 특별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들어서 마자 입구 쪽에 눈에 띄는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의 제목에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아, 벌써 팔렸구나.`
(내가 살 것도 아니었지만) 초반에 만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이미 판매되었다는 사실에 못내 아쉬움과 부러움을 가지고 관람하던 중 그 그림보다 더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아직 판매되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그 그림을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 그림을 마땅히 걸어놓을 곳도, 어울릴 만한 곳도 없었다.
같이 관람하고 있던 짝꿍에게 말했다.
내가 짝꿍을 한눈에 알아본 것처럼, 언젠가 '그래 이 그림이야' 싶은 인생 그림을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주저하지 않고 그 그림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때 그 그림을 놓치지 않도록 그림을 살 만한 돈과 그림을 걸 만한 집을 준비해둬야겠어
나도 언젠가 인생 그림(혹은 인생 작품 - 꼭 그림일 필욘 없으니, 사진이나 설치미술일 수도 있고 -)을 만날 날이 오겠지 :)
+ 엄밀히 말해선 인생 그림은 이미 만났다. 인생 그림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클림트의 키스를 고르겠다. (클림트의 유디트1도 좋다. 아니 어느 작품이라도 좋다) 중학생 때 클림트의 그림을 처음 접했던 충격과 오스트리아에 가서 직접 그 그림을 보았던 흥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다만 내 생에 그 그림을 소유할 확률은 극히 낮으므로 (생각해보니 오스트리아 가서 살면서 매일 벨베데레에 들러 그림을 보며 산다면 내 집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겠다) 그런 욕심은 접기로 한다. 그리고 인생 작품이 꼭 모든 사람에게 추앙받는 작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 좋으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