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후기 대신 응시 후기
지난 주말에 JLPT N2 시험을 보고 왔다. 멋들어지게 합격 후기를 쓰고 싶지만 왠지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적는 시험 후기 :)
'아.. 어차피 봐도 떨어질 것 같은데. 그냥 시험 보러 가지 말까?' 이런 유혹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에 중국어 시험 보러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하니까 짝꿍이 그랬다. 어차피 그 공부를 계속할 거고 시험을 볼 거라면 모의고사 보는 셈 치고 보고 오라고.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그렇게 시험 봐서 붙은 적이 있다. 안 봤으면 어쨌을 뻔?) 그 말을 한 번 듣고 나니 시험 보러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번 시험도 그런 마음으로 치르고 왔다.
합/불을 떠나서 모의고사로서 좋은 점은 나의 약점을 알게 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시험을 통해 느낀 점은,
문법 분류 문제는 정말 하나도 제대로 못 풀었다. 단어/독해/듣기 뭐든 눈치로 추측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정말 백지처럼 몰랐다. 1급 준비할 때는 문법책을 따로 사서 다 외워야 할거 같다.
평소에 단문 단문 끊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이걸 전체로 놓고 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내가 빨리 푸는 건지 늦게 푸는 건지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해당 문제를 단위 시간으로 놓고 봤을 때 빨리 풀었어도 집중력이나 체력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측정해서는 제대로 감 잡기가 힘들다. 이번 시험에서는 결국 2개 지문 (각각 2문제, 3문제)을 아예 못 풀었다. 독해 연습을 좀 더 타이트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대화를 듣고 보기 중에 답을 고르는 문제들인데 쌩 대화만 듣고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에서 쉽게 길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보기가 있으면 단어를 미리 보고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고 후리가나(일본어 단어나 글자 읽는 법을 작게 써놓은 것)가 있어서 모르는 단어라도 힌트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듣기 문제는 온전히 다 들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힌트를 활용할 수 없다. 이런 유형의 듣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야겠다.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다 썼지만 (황금 같은 직장인의 주말 중 하루라니!!!) 아깝지 않았다. 결과가 어찌 되건 간에 올해 12월에 바로 1급에 도전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부서 옮기면서 야근도 잦아지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는데 하반기에는 야근이 많더라도 이런 핑계 대지 않고 열심히 해야지! 고고!
덧 0. 아무리 모의고사라 치고 보러 갔다지만, 합격/불합격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라도, 사람인지라 붙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잘 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어 시험 보러 가는 길에 긴장되고 떨렸다. 아니 내가 왜 내 돈 주고 이런 일을 하지 싶어 웃음이 나왔다.
덧 1. 일본어 공부할 때마다 칭찬하고 격려해준 짝꿍께 감사! 게다가 대중교통 이용하면 불편한 동선임을 감안하여 시험장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줘서 다시금 감사! :)
덧 2. 이따금씩 외국어 시험 응시를 위해 중/고등학교 교실에 방문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시간표나 교훈(급훈)을 눈여겨본다. 이번 시험장의 급훈은 "See Far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사람)". 요즘 친구들 참 센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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