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개인화된 추천 엔진 탄생의 초석이 될 디스코
내 휴대폰에서 지난 24시간 기준으로 카카오톡 33분, DISCO 47분 간 사용했고, 지난 7일 기준으로는 카카오톡 6.2시간, DISCO 5.1시간 사용했다. 요즘 가장 자주 열어보고 가장 오래 쓰는 앱은 단연 디스코다.
디스코가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하다면 먼저 이 글을 :)
* 관련 글: 인간 크롤러와 기계 큐레이터의 만남, 디스코
디스코를 보다 보면 디스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장 나만해도 처음 디스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연달아 7개 정도의 게시글을 썼을 정도이니. 그런데 오늘은 문득 네이버는 왜 디스코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바로 다양한 사용자의 피드백 때문이었다.
사용자는 다양한 피드백을 준다.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무조건 적으로 전부다 들어줄 수 없다.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우선순위가 생길 수밖에 없고, 서비스가 사용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와 이루고자 하는 바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버가 DISCO(디스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요즘은 어딜 보아도 인공지능 이야기들이다. 구글이 천명한 바 있듯 이제 모바일(mobile)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 시대가 왔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그렇다면 네이버 역시 발 빠르게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가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공지능 통번역 서비스인 파파고(papago),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WAVE)와 같은 제품을 출시했고, 디스코(DISCO) 역시 그중 하나라 볼 수 있다.
현재 부서로 옮겨오기 전에 데이터와 추천 관련된 업무를 했었는데 사내 서비스들의 추천을 해주는 엔진을 지원하다 보니 서비스에 의존도가 높았다. 그때 들었던 간절한 생각은 우리 팀이 독립된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서비스 요구사항이나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로직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고 마음대로 날개를 펼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 경험을 가진 입장에서 봤을 때 추천 엔진을 가진 기술팀에서 이런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면 엄청난 운동장(playground)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고 개선하고 그런 이터레이션(iteration)을 마음대로 돌려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상당한 트래픽이 필요하겠지만..) 이 서비스 자체가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디딤돌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나는 클로바(혹은 크로바, Clova) 추천 엔진이 더 스마트해지는데 부단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인공지능 스피커는 성공할 수 있을까?'에서 적었듯이 기술에서 마케팅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인식은 곧 현실(Perception is reality)이라는 말이 있듯,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는가는 중요하다. 네이버는 앞서 뉴스 편집에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를 적용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어스와 디스코를 통해 사용자에게 네이버가 요즘 핫한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지시킬 수 있다. 덧붙여 시장에서 기술을 전면에 홍보함으로써 (설사 다른 회사에서 같은 기술 혹은 더 우수한 기술을 적용했다 할지라도) 기술 선점 효과도 누리게 된다. 이는 사용자뿐 아니라 인재 유치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2010년쯤 대학원 수업을 통해 IT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때 결정적으로 나를 IT에 발들이게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결국 "취향에 대한 정보"를 가진 회사가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Facebook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현재 그 친구는 페북이 아닌 구글에 다니고 있다 ㅎㅎ)
네이버는 정보검색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웹이나 모바일앱에서 네이버에 로그인한 채로 검색을 하게 된다면 계정 기반으로 검색 쿼리나 클릭 정보를 가지고 프로파일링을 하는데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비로그인 기반의 검색 쿼리들은 브라우저를 닫거나 ADID를 리셋 혹은 옵트 아웃한 경우에 동일인물로 식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비율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로그인 기반의 쿼리나 클릭 정보들을 잃는 것은 네이버로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DISCO를 계정 기반으로 서비스함으로써 해당 사용자를 프로파일링 하는데 풍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키워드부터 시작해서 좋아하거나 직접 공유한 URL 이 담고 있는 정보, 해당 URL의 도메인 카테고리 정보, URL이 담고 있는 텍스트 나 이미지 정보, 해당 URL이 링크하고 있는 연결 URL 등 그 확장성은 어마어마하다. 페이스북이 모든 인터랙션으로 로그인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의 수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도 그런 프로파일링 수단을 확보하고 싶어 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디스코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약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서 적극적으로 어필하려고 노력했다면 다른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을 지원해서 관계 데이터를 많이 유입시키려고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팔로우, 멘션 등을 통해 소셜적인 기능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사실 아무도 팔로잉하지 않아도 관심사에 기반한 콘텐츠를 받아보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 서비스다.
하지만 약간 덤으로(?) 소셜 서비스로 지위를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지인, 비실명 기반의 트위터가 그렇게 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관심사 기반으로 비지인 네트워크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진화한 트위터 같다고 생각했던 디스코였는데 오늘 글을 적다보니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는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앱(今日头条, jinri toutiao)이 스쳤다. DISCO는 네이버에 영광의 시간을 가져다줄 것인가. 기대되는 DISCO, 오늘도 디스코 타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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