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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Oct 30. 2017

저 오늘 쉴게요.

저 오늘 쉴 거예요.

지난주 금요일에 우발적으로 휴가를 등록했다. 보통 여행을 가거나, 집수리를 해야 하는 등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내는 휴가였지만, 그냥 '쉬고 싶어서' 휴가를 냈다. 요즘처럼 일하다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리일 것 같아 스스로를 위해 잠시 쉬라고 휴가를 썼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우리 집에 드리우는 햇빛이 아쉬웠다. 햇빛이 아쉬웠다기보다 그 햇빛을 두고 집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아침이면 바쁘게 블라인드를 걷어놓고 출근해야 했다. 빛이 잔뜩 든 그 모습을 누릴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다. (주말에 집에 있지만 늦잠을 자니까..ㅎㅎ)


평소 같았으면 뒤도 못 돌아보고 뛰쳐나갔을 집이지만 오늘은 문과 창문들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며 이불도 털고 빨래도 개고 집구석 구석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불을 켜지 않고도 이렇게 밝은 집이었다니. 식탁에 앉아 모닝 핫초코를 한 잔 하며 브런치를 적고 있으니 참 좋다.


오늘 아마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출근할 때처럼 채비를 했다. 양말을 신고 청바지를 입고 체크 남방을 챙겨 입었다. 침대에 뒹굴며 하루를 죽이지 않기 위한 다짐 어린 행동이었다.


오늘은 바삐 갈 것이다. (작년 5, 6월에 잠시 백수 생활을 해보며 다시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1도 심심하지 않게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곧 다가올 일본어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브런치도 한 두 개 더 적어 발행하면 좋겠고, 가구 배치 바꾸느라 한 번 뒤집은 책장 정리도 하고, 이동진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도 들으면서, 안드로이드 공부도 할 것이다. 팬텀싱어 덕에 재미를 보게 된 이탈리아어도 뒤적여 보면 좋겠고, 중국 출장 준비를 위해 여행 중국어 몇 줄 외워볼까 한다. 묵혀두었던 자료 스캔도 하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챙겨 먹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순서도 내 맘대로 정하고, 누구에게 물을 필요도 없이, 그 누구에게도 컨펌받을 필요 없이,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그 어떤 압박도 없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겠다.

쉬면서 든 생각인데,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확신. 함께 짊어지고 있는 짐을 마치 혼자 다 짊어진 듯 살 필요는 없는데. 스스로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지. 주말에도 지금도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그럴수록 일을 오래 잘 하기 힘들것이란 사실을 상기시키며 일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 메신저와 사내 게시판에 접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제일 어려울 것 같다. 잘 이겨내자(?)- 시간을 정해놓고 확인하기로 했다. 메신저는 오후 12시와 오후 3시에 딱 2번만 확인하고 사내 게시판은 절대 들어가지 않기로!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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