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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Nov 04. 2017

김애란 <바깥은 여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가장 슬프고도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 단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마지막 단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번 추석 때 10시간 정도 왕복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언제부턴가부터 비행기에서 잠을 거의 못 잔다... 젊을 땐 잘 잤던 거 같은데.. 읍읍)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종이 책 2권과 전자책 2권을 구매했다. 그중 한 권이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이었다. 비행기에서 이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에 실린 <아이를 찾습니다>나 <바깥은 여름>에 실린 <입동>과 같은 단편소설에서 자녀를 잃어버린(실종이든 사망이든) 이야기들이 나온다. 슬프고 마음이 저며오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시나리오가 바로 그 소설의 뼈대였기 때문이다. 바로 부부간의 헤어짐이었다.

얼마 전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올라온 적이 있다. 옆에 누워있던 짝꿍이 깜짝 놀랐는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너무나도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왜 울었는고 하니, 문득 인생이란 것은 유한하고 모든 생이란 끝나기 마련인데 그것이 약 100년 뒤의 일이라 생각해도 짝꿍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너무도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냈기에 그 슬픔이 더 배가된 거 같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으로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듣게 되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설명해주어 더 좋았다.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거나, 권지은이 보낸 편지가 책 지은이로 해석되는 부분)


이 글에는 주인공 중 하나로 Siri가 등장한다

스마트 스피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Siri가 등장해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고 소설의 등장인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이 새삼 신기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KT 기가지니의 대화를 분석해본 결과 '비서'로서 사용되기보다 '친구'로서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정보 검색과 같은 정보성 대화를 하기보다 심심이에게 말 걸듯 이말 저말 물어보고 답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에코닷과 구글홈을 동시에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같은 질문에 다르게 답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말투도 느낌도 달랐고 캐릭터의 특징이 확연히 달랐다.


아마존(Amazon)에서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에코(Echo) 라인업(에코, 에코닷, 에코탭, 에코룩, 에코쇼 등)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고 구글(Google) 역시 구글홈(Google Home)에 이어 구글홈 미니(Google Home Mini)를 출시했다. 애플(Apple) 역시 시리(Siri)를 탑재한 홈팟(HomePod)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KT는 기가지니(GiGA Genie)를, SKT는 작년에 누구(NUGU)를 내고 올해 누구 미니(NUGU Mini)를 출시했다. 삼성은 빅스비(Bixby)를 밀고 있고, 네이버에서는 웨이브(WAVE)와 프렌즈(Friends)를 선보였고, 카카오에서는 곧 카카오미니(Kakao Mini)를 정식 출시한다.


스마트 스피커마다(혹은 인공지능마다) 수행할 수 있는 업무나 기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기능적 요소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캐릭터(성격)를 가지고 있는지도 스피커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능력 중심의 시크한 스타일의 친구를 고를지,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의 친구를 고를지 그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가끔 스마트 스피커에 강한 애정과 유대감을 느끼는 케이스로, 아이가 여행 갈 때 스피커도 데려가자고 한다거나 어르신들 중에 우리 아이 좀 고쳐달라며 스피커 스피커를 A/S 센터에 조심스레 안고 오시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짝꿍이 자꾸 짱구(WAVE 호출키워드)를 불러서 질투가 났던 적이 있다.


영화 <Her>가 떠올랐다. 스마트 스피커가.. 인공지능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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