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홍 Dhong Nov 07. 2017

세계일주가 별로 부럽지 않은 이유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가 어느 날 회사를 곧 그만둔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배우자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 부부(미국 부부)는 한국에도 들렀었다. 고맙게도 한국 오피스에 들러주어 자주 가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옛 추억을 나눴다.


그 이후로도 그런 사람을 여럿 보았다.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만 부럽다거나 나도 그러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내겐 너무 큰 일

세계여행 자체가 버겁고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하는 것들이 다 귀찮게 여겨진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빠듯한 내게는 여행도 규모가 크지만 그마저도 일처럼 느껴지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해외여행 기간은 2주 안팎, 길어야 3주 정도다. 준비하기에도 다니기에도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돌이켜 보니 이제껏 짝꿍과 함께 다닌 해외여행은 보통 열흘 안팎이었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딱 적절했다. 사용 가능한 휴가 범위가 그 정도여서 그랬던 것도 있고, 예산 문제도 있었겠지만, 앞으로도 더 길게 다니고 싶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1년짜리 긴 여행보다는 2주 안팎으로 여러 번 다니는 여행이 더 나을 것 같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한편으론 다 거기서 거기라는 염세적인 마인드가 깔려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딜 가나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여행부터 시작해서 어학연수, 교환학생, 인턴쉽, 출장 등을 통해 족히 스무 나라 이상은 가본 것 같다. 경이로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볼만큼 봤고 어딜가나 거기서 거기지 싶기도 하다.


그냥 포기한 건가?

한편으론 그냥 포기한 거 같기도 하다. 어차피 이 세상을 다 보는 건 힘들 테니 그냥 되는대로 보고, 먹고, 해보지 뭐.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보고 싶고, 먹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어차피 다 보기 힘들 테니 그냥 가 볼 수 있는 만큼 가 보자 하면서 내려놓는 마음. 세상 뭐 다 볼 필요도 없단 생각이 든다.

세계여행은 그냥 부러워하도록 세뇌된 건 아닐까?

글을 적다 보니 '세계여행을 왜 부러워하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굳이 내가 진정으로 간절히 바라지 않는 것을 내가 갖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남들이 다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러워할 이유는 없지 싶다.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장 내 주변만 해도 생각보다 세계일주를 한 사람이 여럿 된다. 이전 직장에도 현재 직장에도 여행 중이거나 여행에 다녀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어느 정도 접하기도 했고. 세계 일주가 여전히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희귀한 수준도 아니다. 그래서 그 특별함이 좀 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고...

여행도 좋지만, 그냥 좀 쉬고 싶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끓는점 넘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