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제주에 여러 번 가보았다. 아주 어릴 때 (미취학 아동 시절) 가족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고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학과 동기들과 (교수님 포함) 졸업여행을 갔었다. 그 이후로 예비 신입사원 연수로 올레길을 며칠 동안 걸었던 적이 있고,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출장으로도 두어 번 정도 제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주도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어디를 갔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그 장소들이 제주도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는 거라곤 제주공항이 북쪽 약간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일정이나 동선을 짜지 않았고, 직접 운전을 하지도 않았기에 지명이 익숙해질 겨를이 없었고, 위치에 대한 감각을 전혀 습득하지 못했다.
이번에 짝꿍과 제주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게 되면서 제주도 지역을 대충이나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지명도 조금 익숙해졌고, 적어도 함께 간 곳이 어딘지 지도에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한편으론 신기하고 한편으론 부끄러웠다.
공부가 딱 그렇지 않을까? 해야 해서 억지로 한 공부, 누가 시켜서 시키는 대로 한 공부, 그런 게 머리에 오래 남을 리가 없다. 직접 궁금해서, 스스로 찾아 한 공부야 말로 흡수도 잘되고 오래 남으며 진화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짝꿍이 자주 하는 말씀ㅎㅎ!)
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본인이 한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제출하거나 어깨너머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이력서에 적는다 손 치더라도 자기주도적으로 직접 한 일이 아니라면 그 지식과 능력을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마디 이야기 나눠보면, 실제로 일을 해보면 바로 들통날 수밖에 없다.
인생을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사는가는 삶의 만족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이라는 글에도 적었지만, 이렇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 하나쯤을 두는 건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뻘쭘하게 글을 마무리하는 것 마저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https://brunch.co.kr/@dhong/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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