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수많은 게시물을 들을 뒤로 하고...
나는 싸이월드를 했던 세대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배경화면, 상태 메시지로 현재 상태를 표시하듯 미니홈피 프로필과 마이룸, 배경음악을 설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HIT 수라는 게 있었다. 하루 방문자수와 누적 방문자수를 보여주는 숫자가 미니홈피 왼쪽 위에 있었는데 그 숫자로 인기 정도를 가늠하곤 했다. 나 역시 열심히 싸이월드를 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언제부턴가 모든 사진을 지우고 방명록도 닫고 싸이월드를 접었다.
내가 싸이월드를 접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다른 이의 싸이월드를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이나 열등감 같은 것을 내 싸이를 보고 다른 이가 느끼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싸이월드보다 더 하단 생각이 든다. 접근성은 높아졌고, 콘텐츠는 화려해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생겼다. 그때는 기껏해야 모르는 사람의 싸이월드를 가는 경우라곤 투멤(투데이 멤버)에 뽑힌 사람의 싸이월드를 보거나 1촌 파도타기로 알음알음 가는 것이 전부였다. 요즘은 페이스북 피드를 통해서 혹은 인스타그램의 검색탭이나 해시태그를 통해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하게 된다. 충분히 이 세상 사람들은 다 (나만 빼고) 잘 나가고 돈 많고 여유 있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법하다.
언젠가 페이스북 피드를 쭉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각자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것만 올리는구나'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계속 자식 사진을 올린다. 다니는 회사에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은 회사소식을 올린다. 어떤 사람은 여행지 사진을 올리고, 어떤 사람이 자기가 만든 작품(글이나 그림 등)을 올린다. 어떤 이는 자기 얼굴(selfie)을 주야장천 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굳이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야 말로 부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무언가가 있더라도 스스로 만끽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된 곳에 자랑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확인받거나 인정받을 필요조차 없기 때문에 자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좋아요(like)나 '부럽다, 좋겠다, 멋지다'라는 코멘트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진짜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각종 게시물을 올리는 모든 사람이 불행하다거나 부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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