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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04. 2018

책을 통한 다양한 변주

북바이북, 트레바리, 책바, 퍼블리, 사적인 서점, 그리고 츠타야

언제부터인가 평일 퇴근 후에 혹은 주말에 조용히 책을 뒤적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지 않기로 마음먹자 마음의 부담이 줄었고 그렇게 편하게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


<Black Books>라는 영국 시트콤이 있다. 블랙 씨가 운영하는 중고서점 이야기인데, 주인장이 아주 괴짜다. 아무 때나 본인이 문 닫고 싶으면 고객들을 쫓아내고 영업을 종료하고, 과하게 관대한 위생관념을 가진 채 와인과 담배에 절어 산다. 그렇게 사는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멋져 보이는지. 나는 자주 그 주인장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때 '인생 뭐 별거 있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되지' 싶은 마음에서 책방을 열어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마침 독립서점 혹은 동네책방이라 불리는 소규모 책방들이 심심치 않게 생겨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반길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나조차 독립서점을 적극적으로 방문하진 않는다. (경기도민이라 그럴지도^^;) 그럴진대 무턱대고 책이 좋아 작은 서점을 열겠다고 실행에 옮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책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다양한 사업기회가 이미 진행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간 눈여겨보았던 사례들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 졌다.


도심 속에서 책과 함께 하루를 <북바이북 스테이, 일독일박(一讀一泊)>

북바이북이라는 서점이 있는데 특별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점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 서점과 숙소를 오가며 편하게 하루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서점 근처에 하루 에어비앤비를 빌리는 것이지만, 이렇게 서점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마치 파주 지지향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처럼 특별한 하룻밤이 될 것 같았다.

4개월에 29만 원,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

처음 트레바리를 알게 된 건 친한 동생의 소개였다. 당시 속해있던 사회인 농구팀에서 송년회 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가 트레바리 아지트를 하루 빌려 쓰게 되었다. 압구정 힙한 곳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그 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근 3년 정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주변에 트레바리 북클럽 클럽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모임에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트레바리에 나가는 사람들이 만족도가 높은 편이어서 그런지 내게 이 모임을 추천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극히 꺼려하기 때문에 이 모임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운영되는 북클럽이 현재 150여 개 가량 있다고 하니 사업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술 한잔, 책 한 권 <책바 Chaeg Bar>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있다. 북까페가 충분히 많아진 시점에서 이제 커피나 차 대신 술인가!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기사에 따르면) 이 곳은 1인용 테이블을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어 혼자 술 한잔 하며 책 읽기 좋고, 책을 테마로 한 메뉴판이나 제조법 등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정제된 콘텐츠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PUBLY>

미래형 출판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공급자가 푸시하는 형태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클라우드 펀딩과 같은 형태로 진행하고, 콘텐츠를 종이 매체가 아닌 온라인 매체를 통해 발행한다. (경우에 따라 실제 출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함으로써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월정액제 멤버십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처방해 주는 <사적인 서점>

<일상기술연구소>라는 책을 읽으면서 해당 책이 동명의 팟캐스트의 내용을 묶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에 실리지 못했을 다른 에피소드들이 궁금해져 팟캐스트를 찾아보다가 정지혜 님의 <사적인 서점>이란 것을 알게 됐다.

먼저 방문할 날짜를 예약하고, 사전 설문지를 작성한 뒤 <사적인 서점>에 방문하면 책 차트를 작성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그에 꼭 맞는 책을 처방전처럼 보내준다고 한다. 책방을 약방처럼 운영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따뜻하단 생각이 들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TSUTAYA>

일본의 유명한 서점으로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이 책방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서점에선 여행 코너에서 가서 여행책만 볼 수 있다. 반면 츠타야 티사이트에서는 여행 책자와 함께 유럽을 무대로 한 문학작품이나 유럽 역사 관련 서적들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배치를 해두고, 여행 관련 용품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책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꼭 작은 책방을 여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기획과 사업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책과 관련된 문화 콘텐츠 사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은 없을지 계속 짱구를 굴려본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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