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절반이 있기에 발행한 절반이 있을 수 있었다
전에 구글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보니 발행한 글 숫자와 임시 보관함에 담겨있는 글의 개수가 비슷했다. 임시 보관함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는 주기적으로 제목만 쓰고 만 글, 몇 줄 쓰다 만글, 거의 다 적었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글, 그리고 다 썼지만 차마 발행하지 못한 글들을 주기적으로 비워냈다. (오랜만에 blogger 에 로그인했는데 여전히 100여 개의 글이 임시 보관함에 있다.)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하면 'brunch.co.kr/@writer_id/123'과 같이 작가 아이디 뒤에 숫자가 생성된다. 내가 현재까지 발행한 글이 총 178개인데 (현재 글 제외), 가장 최근에 발행한 글의 숫자가 304이다. 즉 그 사이 126개의 글이 아직 임시 보관함에 있거나, 임시 보관함에 머물렀다 사라졌거나, 발행 취소되었다는 뜻이다. 비율로 따지면 약 60% 정도의 글들만 간신히 세상의 빛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에버노트나 다이어리에 글감으로 적어둔 것들까지 생각하면 그 비율은 더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그렇게 버려진 글들이 있었기에 이제껏 이만큼의 글을 발행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뭐라도 적어보려고 노트북을 열어보지만 아무것도 발행하지 못하고 닫을 때가 많다. 한결같은 글쟁이들의 조언인 '엉덩이로 쓰라'는 말을 믿고 그래도 뭐라고 적어보려는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김중혁 작가님의 에세이 제목이자 내가 참 좋아하는 그 말을 떠올리며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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