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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24. 2018

이직 이유를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이유

남는 자에게 너무 잔인한, 그리고 어쩌면 거짓말

나는 이제껏 3번의 퇴사 경험이 있고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회사를 나가는 나에게 사람들은 이유를 물었고, 나는 나름의 솔직한 답을 했다.


요즘 회사를 떠나는 분들이 많다. 떠나시는 분들에게 제일 궁금한 건 회사를 떠나 어떤 삶을 찾아가는 지다. 그리고 그다음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좀 쉬다 가시는지! 사실 가장 궁금해야 할 것은 어쩌면 '왜' 이직하느냐이다. 왜 이 곳을 떠나시나요...


 떠나는 사람 입장도 되어보고, 떠나보내는 입장도 되어보니 이직 이유를 솔직히 말하기 어렵겠단 생각이 든다.

첫째, 이 직장에 남을 사람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나가는 이유가 사람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며, 자세한 이유를 말하게 되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안 좋은 마음을 가질까 걱정되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키우기엔 가능성이 없는 거 같아요.' (너 여기서 커리어 어쩌려고 그러니)

'여기는 돈을 너무 적게 줘서요..' (너 그 돈 받고 이 회사를 어떻게 다니니)

'경영진이나 리더에 신뢰가 안 가요..' (너도 빨리 탈출하는 게 좋을걸)

'회사에 비전이 없는 거 같습니다' (너도 빨리 탈출하는 게 좋을걸 2)

재직 중인 동료끼리 그런 말을 할 순 있어도, 이런 말을 남는 자의 면전에 대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 허허)

둘째, 어쩌면 그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모를 수 있다.

이는 나의 경험에 견주에 미뤄 짐작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일에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 스스로도 나를 속이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때 그 회사는 왜 나왔어? 그때 학교는 왜 그만뒀어? 기회가 왔을 때 이직 안 하고 계속 남았던 이유는 뭐야?' 내가 인생에 내린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사람들이 묻곤 한다. 묻는 사람에 따라 솔직한 정도가 다르겠지만 내게 저런 질문을 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대개 가까운 사람이고 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래서 였을까? 나는 어떤 다른 진짜 이유가 있었지만 부끄럽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 이유를 애써 모르는 척 한건 아닐까? 나조차 나를 속이는 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듣는다.

감사하게도 먼저 이직 소식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있다. 혹은 내가 소식을 알고 연락드리면 떠나기 전에 차라도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할 기회를 주시는 분들이 있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잘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오직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회사가 (능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좋은 사람을 놓치고 있다는 것뿐이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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