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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Mar 03. 2018

일하는 여자들? 일하는 사람들!

북 바이 퍼블리(book by PUBLY)의 책, <일하는 여자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실감한다. 응당 진작 바뀌었어야 할 세상이고, 앞으로도 한참 바뀌어야 할 세상이지만, 어떻게든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보도되는 #미투 #MeToo 운동의 증언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도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위드유 #WithYou 응원하고 있다.


<일하는 여자들>은 선물 받은 책이었다. 책을 선물하는 건 좋은 일이고, 책을 선물 받는 일은 감사한 일이지만, 솔직히 선물 받은 책을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나의 시간을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에 할애하기란 의지와 노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여자들>은 달랐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도 읽었지만, 진짜 현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는 어차피 나의 인생밖에 살 수 없는 것이고, 나의 친구들이나 나의 동료들은 내가 속한 작은 세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의 여성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 측면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총 11명의 솔직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1명당 인터뷰 내용이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끊어 읽을 수 있다. 질문들이 '여성'관점에 포커싱 되어 있지 않은 점도 좋았다. 놀라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일상기술연구소>란 책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여러 인터뷰 형식의 팟캐스트를 들어봐도 그렇고, 인터뷰의 질(質)이 인터뷰어(질문을 하는 사람)에 의해 엄청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더라도 어떤 질문으로 어떤 대답을 끌어내느냐 (여기서 끌어낸 다는 것은 어떤 정해진 답변을 말하도록 한다기보다 의미 있고 중요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한다는 뜻)를 결정하는 건 결국 인터뷰어란 생각이 든다.

11명을 어떻게 선정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로 선정된 사람들이 약간 예술과 언론에 한정된 느낌이었다. 원래 기획의도가 그런 거였나? 같은 분야더라도 일하는 형태가 더 다양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아무래도 큰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거대 기업에서 살아남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모 기업 대표님처럼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CEO 되는 스토리 말고...) 이 책에 실린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혼자 일하는 것이 돋보이는 분들이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었다. (결국 큰 회사에서 답을 찾기 어려우니 홀로서기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각종 시사 토론회나 강연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등 매체에 나오는 출연진의 성별 구성을 세어본다. 메인 MC의 성별, 고정 패널의 성별, 주요 게스트의 성별 등을 세어본다. 세상에 전문가로 활동하는 여성이 이렇게나 없는 걸까.


무엇보다 앞으로 <일하는 여자들>이란 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에 남자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가 비슷하게 섞여있는 세상이 오면 <일하는 여자들>이란 책은 필요가 없을 테니까!



관련 링크.

- 책 소개: 일하는 여자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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