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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Feb 27. 2018

무라타 사야카, <살인출산>

아이 열 명을 낳으면 한 명을 죽여도 되는 세상 이야기

연초에 짝꿍과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월 도서 구매 액수를 정했다. 연 100만 원 기준으로 월평균 8만 원 남짓으로. 막상 그 숫자로 1월을 운영해보니 아슬아슬하게 부족했다. 그래서 예산심의(!)를 거쳐 월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거실 벽에 포스트잇으로 매달 구매하는 책 목록을 적으며 사용한 금액만큼 월할당 예산에서 차감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니 뭔가 한정된 자원을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되고 예산 내 쓰임을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전에는 이보다 더 적은 돈을 썼음에도 덜컥 덜컥 책을 샀다면 이제 한 권 한 권 구매할 때 신중하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앞뒤 안 가리고 구매하게 된 책이 있었으니 바로 <살인출산>이다. <편의점 인간>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 작가님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이어 읽었던 <소멸세계>. 홀로 해본 연말 결산에서 <소멸세계>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던 터라 이 작가님의 책 번역본이 나오면 무조건 사서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발견한 책이 바로 이번 <살인출산>이었다.

총 4개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이 책은 몇 줄의 소개만으로도 짜릿함이 느껴진다. 그중 표제작인 <살인출산>은 아이 열 명을 낳으면 한 명을 죽여도 되는 세상 이야기이다. (설정상 남자도 인공자궁을 통해 출산할 수 있다.) 줄거리만 봐도 섬뜻하듯 이 책은 19세 미만 구독불가이다. 몇 년 안 되는 독서 인생이지만, 19세 미만 구독불가 서적을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빨리 책을 읽고 싶어서 휴가를 쓸까 생각도 했을 정도다. 그렇게 책을 받은 다음날 저녁에 빨려 들어가듯 대표작 <살인출산>을 읽었고, 나머지 단편들도 이어서 뚝딱 읽었다. <소멸세계>를 예방주사 삼아 읽어서 그랬는지 읽을만했다. <편의점 인간>이 그랬듯, 여기서 읽을만했다는 개인차가 심할 거란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책을 누군가에 추천해서 그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이런 책을 나한테 추천하는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안전하게 추천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이 작가를, 이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작품에 걸쳐 당연한 것은 없고, 절대적인 것도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사고를 말랑말랑하게 해 주고, 당연시 여기던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한, 내가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여러 방식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을 한 줄로 평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나는 '무라타 사야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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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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