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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Dec 29. 2017

Best of 2017, 나만의 시상식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OO 수상작 발표! 2018년도 고고고~

올해를 어떤 방법으로 되짚어 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올해의 OO'을 뽑아보기로 했다.


올해의 제품, AirPods!

정말이지 평일에 하루도 안 빠지고 쓰는 최애템. 출근할 때도, 업무 중에도, 퇴근길에도, 집에 와서도 당분간은 꽂은 채로 손 씻고 집안일을 보곤 한다. 에어팟을 회사에 두고 퇴근 했다거나, 여행 중에 충전하는 것을 깜빡했다면 그것은 고통.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두어도 블루투스 통신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비행기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올해 초에 스스로에게 주는 신년 선물이라 생각하고 구매해서 쭉 쓰고 있는데 하도 좋다고 말을 많이 해서 결국 짝꿍도 구매함! :)



관련 글.

- 에어팟 3주째 사용 중, 현재로선 대만족!

- 에어팟 두 달째 사용 중, 여전히 대만족!


올해의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2

출처: JTBC 홈페이지 (http://tv.jtbc.joins.com/jtbc4singer2)

짝꿍과 챙겨보았던 팬텀싱어 시즌1. 시즌2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1회 차부터 차근차근 다 챙겨보았다. 특정 개인을 응원한다기보다 참가자들이 마음을 모아서 멋진 음색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게 너무 좋았다. 출연자 개개인이 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기에 음악 외적으로 느끼고 배우는 점도 많았다.


주로 저음 목소리를 좋아해서 베이스에 귀가 가는 편인데 시즌1에서는 손태진 씨 목소리가, 시즌2에서는 고우림 씨 목소리가 참 좋았다. 시즌1 때는 손태진 씨 목소리가 제일 좋았지만 팀 케미로는 <인기현상>팀이 좋아서 그 팀에 투표했었는데 안타깝게 2위를 했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마지막까지 갈팡질팡하다가 <포레스텔라>팀에 투표했는데 1위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뽑는 사람이 1등을 하는 경우도 있구나 ㅜㅜ)

출처: JTBC 홈페이지 (http://tv.jtbc.joins.com/event/pr10010465/pm10044366)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나서 승부는 베이스가 결정하는 것 같다며 (내 기준에서 가장 잘하는) 손태진과 고우림이 있는 팀이 우승했다고 주장하는 바, 짝꿍이 다른 이론을 펼쳤다. 서울대 pair 가 있는 팀이 우승하는 것이라고. (시즌1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에 김현수(테너)/손태진(베이스)이 있었고, 시즌2 우승팀인 포레스텔라에는 조민규(테너)/고우림(베이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 단, 고우림 씨는 재학 중)


비타600 이란 팀명으로 고우림, 이충주, 조형균, 정필립 조합의 <La Vita> 무대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인생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나마저 '인생을 아름답게 한 번 봐볼까?'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으니~ 하나만 꼽으라면 아까우니까 두 개만 더 얹어보자면!


- 고우림x이충주x조형균x정필립 <La Vita>

- 최우혁x박강현x김주택x염정제 <Tornera l'amore>

- 안세권x이충주x김동현x조형균 <Anche Se Non Ci Sei>


위의 곡들 뿐 아니라 경연 곡 대부분이 좋았다. (우리 집은 TV가 없어서 iPad pooqTV 앱으로 보는데) 노래 부분만 다시 돌려서 보고 또 보고,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들을 만큼 좋았다.


여담.

JTBC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무척 힐링받았었고, tvN <알쓸신잡> 시즌1 역시 재밌게 챙겨봤던 터라 (시즌2는 안 보고 있..) 무얼 고를까 고민했는데 방송을 볼 때뿐 아니라 방송 전 후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방송을 골랐다. 팬텀싱어의 경우 원곡 음원을 찾아들어보기도 했고, 이탈리어로 된 곡을 많이 불러서 궁금한 마음에 이탈리아어 책을 사서 보기도 했다. 팬텀싱어 음원은 아직도 즐겨듣고 있다.


올해의 책, 무라타 사야카 <소멸세계>

올해는 감사하게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났다. 그 많고도 적은 책 중에 한 권을 고른 기준은 하나였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그래서 주저 없이 <소멸세계>를 올해의 책으로 골랐다. <편의점 인간>을 읽고 인상 깊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DISCO라는 서비스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고 읽게 되었다.

<편의점 인간>을 사내 북리뷰 모임에서 다뤘었는데 이 책이 불편하다는 분들이 꽤 있었다. 읽기 힘들었다고. 이 책은 <편의점 인간>에 비하면 훨씬 읽기 힘든 책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이 책이 나에겐 오히려 묘한 해방감과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을 주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한번쯤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회의 모습들이 있는데, 그것과 일치하진 않지만 이런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서 좋았다. 폴리가미(polygamy, 복혼)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나 자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 장강명의 <표백>이 그랬던 것처럼.



관련 글.

- 나도 역시 <편의점 인간>

- 책으로 하는 상반기 결산


여담.

눈물을 펑펑 쏟게 한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이나 잔잔함 울림을 주었던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믿고 보는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화제의 책이었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나 <현남 오빠에게>등이 올해의 책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 탈락했다. (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는 아직 읽는 중!)


올해의 일, 신제품 출시!

올해는 업무적으로 참 감사한 한 해였다. 연초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제품(서비스)을 기획하여 출시하는, 크게 전체 한 사이클을 도는 박진감 넘치는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특별히 감사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얼마 전 한 해의 업무를 돌아보려고 1년간 기록한 회사 노트들을 쭉 훑어보았는데 새록새록 그때 일들이 생각났다. 디바이스의 외형이 정해지지도 않았었고, 앱의 스플래시 화면조차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고 '이런 이런 게 필요한데...' 그 모습이 어떤 형태가 될지 알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불확실했던 것들이 수많은 의사결정과 노력을 통해 실체가 있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현되었고, 세상으로 나가 소비자들을 만났다.

내가 모르던 분야, 모르던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IT 서비스(소프트웨어) 기획만 하던 나에게 하드웨어는 정말 새로운 분야였다. 인공지능, 음성처리 등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던 분야인데 훨씬 가까워졌다. 제품 출시를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획 일을 직접 했고, 뿐만 아니라 패키징, 매뉴얼, OTA, 법무, 운영 정책, 고객센터, 개인정보보호, A/S, 판매, 유통, 마케팅, PR, API, 각종 구매 및 계약, 회계, 재무, 세무 등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부서의 분들과 협업하게 되었다. 이렇게 회사에 다양한 부서의 분들이 계시고 서비스(사업부)를 위해 일하고 계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일하는가. 내가 하루 중 짝꿍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단연 함께 일하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다. 감사하게도 올 한 해 함께 일하시는 분들에게 (업무능력적으로나 인간적인 면으로나) 배울 점이 많았다. 매우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의 기준 중 하나가 '다들 일을 너무 잘하셔서, 나만 잘하면 돼'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인데, 올해는 그런 곳에서 일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갖기 힘든 귀한 경험을 가질 수 있어 감사했고, 성공적(자체 기준)으로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어 감사했다.



관련 글.

-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스마트 스피커, 구매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 직장생활, 동료가 제일 중요

- 우리 보스, 사람 정말 잘 뽑는 것 같아요



올해의 서비스, 브런치

신규 서비스도 아니고 서비스 브런치 입장에선 특별할 것 없었을지 모르지만 내겐 올 한 해 브런치는 특별한 서비스였다. 왜냐하면 '읽히는 글'을 쓰는데 브런치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웠었다.

정량적 목표: 한 해 동안 60개 이상 글 발행하기 (100번 이상 공유되는 글 1개 이상, 다음 메인이나 카톡 채널에 걸리는 글 3개 이상)


- 한 해 동안 60개 이상 글 발행하기: 이번 글 포함 총 99개 (180% 달성!)

- 100번 이상 공유되는 글 1개 이상: 세계일주가 별로 부럽지 않은 이유 총 102번 공유 (가까스로 달성!)

- 다음 메인이나 카톡 채널에 걸리는 글 3개 이상: 21개 선정 (7배 초과 달성!)


기본적으로 매일 브런치 서비스 내부에서 내 글들이 소화되었고, 검색을 통한 유입도 꾸준히 있었으며, 카카오톡 채널이나 다음 메인에 소개되면 조회수가 엄청나게 올랐다. 올 한 해 총 21개의 글이 카카오톡 채널 탭이나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고, 46만 가까이 되는 조회수(누적 93만)를 찍었다. 구독자도 1,000명 돌파!

브런치야, 내년에도 잘 부탁해~

여담.

올해 DISCO란 서비스를 알게 되어 한동안 매일, 그것도 하루에도 여러 번 썼었고  오프라인 사용자 모임에도 나갔었다. 언제부턴가 너무 중독된 것 같아 며칠 안 써보았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들어가는 서비스가 되었다. 아쉽.



관련 글.

- 인간 크롤러와 기계 큐레이터의 만남, 디스코

- 네이버는 왜 디스코(DISCO)를 만들었을까

 

올해의 여행지, 한라산

가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충분히 좋았지만 겨울의 한라산이 더 좋았다. (인생 여행지는 아이슬란드입니다) 눈 덮인 한라산의 윗세오름은 절경이었다. 구름이 바삐 움직이며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 갑자기 파란 하늘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가, 또 순식간에 덮여버리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디든 차를 타고 다니면 다 보이는 다른 곳들과 달리 (나름) 험난한 산행을 통해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지도!


2017년을 마무리하며... 2018년은!

2016년에 이어 계속하고자 했던 일본어 공부는 JLPT N2를 7월에 응시하여 합격했고, 12월에 N1을 어떻게든 치렀다. 합격할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약속했던 대로 2018년엔 중국어로 넘어가려고 한다. 2018년 중국어 목표는 HSK 6급 따기! 4급부터 다시 응시해서 차근차근 밟아나갈 예정이다.


당초 계획했던 운동은 전. 혀. 하지 않았고.. 그나마 식습관 개선은 올해 절반의 성공이었다. 건강식을 챙겨 먹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작년에 비해 외식을 혁신적으로 많이 줄였다. (집밥 칭찬해!) 내년에도 별 탈 없이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일 중요!)


올해 비장하게 하겠노라 다짐했던 운전은 결국 실패다. 몇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9월부터 모든 운전 내가 하기는 대실패. 반성. 내년에 다시 노력해보는 걸로!


계획했던 바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하는 Python(Pandas) 스터디에 들어가게 됐고 꾸준히 참석하며 공부할 수 있었고, 사내 북리뷰 모임에도 80% 이상 출석하면서 꾸준히 독서 모임을 가졌다. (이 둘 모두 내년에도 계속 유지할 예정~)


짝꿍과 함께 쓰는 가계부 어플로 갈아타면서 꼼꼼하게 돈 관리를 하게 되었고 인기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으면서 뭔가 사기 전에 스스로 '스튜삣!'을 외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2018년은 생민한 한 해를 보내보고자 한다.


2년 전 12월 29일에 적었던 브런치 말미에 이렇게 적혀있다.

아니 이 친구 연말이라고 일은 안 하고 맨날 글만 쓰나 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지금 연말 휴가 중입니다 허허 브런치 하면서 힐링하고 있어요~


나는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나 보다. (역시 사람은 안 변하...) 연말이라 이번 주 통째로 휴가 내고 브런치 폭풍 포스팅!


12월 26일 제주 카페 숑(Cafe Syong)에 앉아 서귀포 앞바다를 내다보며 짝꿍과 2018년을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기로 했다. 너무도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론이었다.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지는 말자고 서로 약속을 ㅎㅎ


내년도 감사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며,

고마웠다 2017년아, 2018년도 기대할게!



관련 글.

- 올 것이 왔다, 2016 결산 :)

-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하게, 2017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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