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생각.
- Before: 책은 사면 읽어야 하는 것. 읽지 않은 책이 있다는 것은 아직 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
- After: 책은 샀지만 읽지 않아도 괜찮은 것. 언젠가 읽고 싶을 때 읽으면 그만 인 것.
사 둔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있는데 다른 책을 또 사려고 하면 뭔가 낭비하는 듯한 죄책감이 들었고, 읽지 않은 책이 쌓일수록 마음의 짐도 같이 쌓였다.
요즘은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책 자체를 많이 사지도 않지만 읽지 않은 책이 있거나 읽다 만 책이 있어도 언젠가 손에 닿으리라 생각하고 (실제로 사둔 지 꽤 오래된 책을 다시 꺼내어 읽곤 한다) 영영 읽지 않게 되더라도 그것은 그저 그 책과 나의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굳이 그런 것으로 인해 마음 쓸 필요까진 없단 생각이다.
- Before: 책은 꼼꼼하게 정독해야 하는 것.
- After: 책은 대충 봐도 되는 것.
김정운 박사가 쓴 <에디톨로지>라는 책에서 나왔던 내용인데 책을 꼭 모두 정독할 필요는 없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보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책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비문학 책의 경우 챕터별로 선택적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책을 보기 수월하다.
- Before: 책은 소중한 것.
- After: 책은 막 다루어도 괜찮은 것.
책은 절대 접지 않고, 밑줄 치지 않는 것으로 소중히 여겨왔다. 책은 항상 새것처럼 다루고 잘 간수했었는데 지금은 책에 밑줄도 긋고, 끝을 접기도 한다. 책의 여백에 생각이나 질문을 쓱쓱 적어두기도 한다. 이렇게 하니 책에 대한 부담도 줄고 거리도 가까워지고 책을 친하게 여기게 된다.
- Before: 책은 종이로 보는 것.
- After: 종종 이북(e-book)으로도 보는 것.
책은 종이에 인쇄된 것으로 봐야 제맛이라고 여기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3년 전 구매한 리디북스 페이퍼 덕에 습관이 조금 바뀌었다. 당장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리디북스로 보기도 하고, 꼭 소장해야만 하는 책이 아니라면 이북으로 사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책을 어렵고 무겁게 생각하기보다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책은 그냥 커피 2잔 정도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샀는데 맛이 없으면 아깝긴 해도 몇 모금 마시고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맛없는 커피를 억지로 마시기엔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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