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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Jun 17. 2018

높은 연봉 Vs. 워라밸

지금의 나는 주저 없이 워라밸을 택한다

직장인 N년차. 대학을 딱 졸업하고 쭉 직장 생활을 한 게 아니라서 스스로 몇 년 차라고 얘기해야 할지 헷갈린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었고, 그냥 백수였던 시절도 몇 달 있었으며, 사업 준비했던 기간은 법인을 설립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가에 피고용 되었던 상황도 아니라 기간을 산정하기 애매하고, 다시 취업을 했다가 대학원을 또 갔다가 다시 취업을 했다가 왔다리 갔다리.


몇 군데 안되지만 직장을 다녀보며 현재 N년차로서 드는 생각을 적어두고 싶었다. 분명 N+3 년 후에 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 (예를 들면 한창 젊을 때 왜 이렇게 패기가 없었냐는 생각이 든다거나, 세상을 알기엔 한참 멀었을 시기인 거 같은데 의외로 빨리 깨달았다는 사실에 놀란다거나)


현 직장을 다닌 지 한 2년 정도 되다 보니 회사에 아는 사람도 꽤 생겼고 (부서를 중간에 한 번 옮겼고, 작년에 맡았던 업무의 특성상 회사의 다양한 부서 분들을 알게 되었기에) 그만큼 내가 아는 사람 중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같이 일하는 현 부서에서 나간 사람도 여럿 될뿐더러 이전 부서에서 같이 있었던 분이나 업무상 알게 된 다른 부서에 계신 분들이 퇴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가까이 지내던 동료든, 잘 모르고 지내던 동료든 상관없이 누군가 이 곳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쉽기도 하고 문득 '나도?'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많이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미생에 수많은 명대사들이 있었는데 그중 바로 이 대사.

직장인에게 월급이랑 승진 빼면 뭐가 있겠냐?

사실 월급이 오르지 않는 승진이라면 그마저도 의미 없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직장인에게 월급 빼면 아무것도 없다'이다. 어디까지는 회사와 나는 근로계약을 통해 맺어진 비즈니스 관계이며 이는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회사가 사용한 대가로 나에게 환산된 돈(혹은 현금성 복지)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회사를 다녀보면 연봉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된다. (일반화 하기에 민감한 부분이지만, 초봉이 낮고 연봉 상승률이 낮으면 이직할 때 가려는 회사에서 해당 연봉을 기준으로 이직 연봉을 제안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 것, 회사로부터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니까 본론부터 얘기합시다. "얼마 주실 건데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준다는 게 전부는 아니다.

만약 누가 나에게 지금보다 연봉을 2천만 원 더 줄 테니 대신 야근을 자주 하고, 주말 출근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업무강도가 센, 소위 워라밸이 좋지 않은 회사로 이직하라고 제안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2천만 원 연봉 상승은 큰 액수다.) 잠시 2천만 원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나는 그 직장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 정확히 2천만 원은 아니었지만 현 직장보다 연봉도 올려주고, 사이닝 보너스도 주고, 인센티브도 더 나온다는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해당 회사의 업무강도, 수직적인 분위기, 습관화된 야근 등이 이직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에도 느닷없이 솔깃한 제안을 받았는데 낮밤 없이 바삐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뒷걸음 쳐졌다.


회사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려! 2천만 원이나 더 준다는 회사에 왜 가지 않겠냐고? 나는 지금도 회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 3일 혹은 4일만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일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연봉을 조금 줄이고서라도 이직할 의사가 있다. 다만 2천만 원을 줄이고 갈 수는 없을 거 같다.)

회사에 시간을 더 쓰면서 연봉을 높이는 것보다 적어도 현재 허락된 개인 시간을 확보하면서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연차나 경제사정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 한편으론 돈이 궁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오히려 내 생각은 그 반대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치피 직장 좀 옮긴다고 못 살 서울 집을 사게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 그냥 오늘 하루라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관련기사: 직장인 절반 이상 "워라밸 좋다면 연봉 낮아도 이직한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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