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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Sep 17. 2018

한어수평고시 HSK 4급 후기

[ 주의 : 합격 후기 아닙니다. 응시 후기입니다. ]


어제 아침, HSK 4급 시험을 치르고 왔다. 오전 9시까지 입실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엄청 일찍 일어나야 했고 (평소에는 8시 30분쯤 일어난다) 뇌가 덜 깬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렇게라도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


너무 듣기(听力)에 전력을 쏟았다, 독해(阅读)/쓰기(书写)도 꾸준히 했어야

HSK는 총 3과목으로 진행된다. 쉽게 풀어쓰자면 듣기, 읽기, 쓰기 이렇게 3과목이다.

나름 2년 전에 봤던 시험 결과를 보고 전략을 짰다. 당시 독해 점수가 다른 과목보다 높았는데 그 이유가 독해할 때는 한자를 보고 뜻을 유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같은 단어가 듣기에 나왔을 때는 어떻게 소리 나는지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단어를 학습할 때 소리도 함께 습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듣기에 주력했다.

* 덧, 어떤 외국어든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특히 중국어는 '성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발음 없이 단어를 외우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다. 병음을 읽을 수 있지만 그래도 듣고 따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 덧의 덧, 언어를 함에 있어 발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발음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창한 발음으로 의미 없는 내용을 주절거리는 것보다 조금 어색한 발음이더라도 적확한 단어를 잘 사용하고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왕이면 원어민과 비슷하게 발음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거의 2년 만에 다시 중국어 시험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3급 문제집부터 다시 봐야 했는데 7월에 3급 듣기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4급 듣기를 한창 공부하던 중에 시험날짜가 다가와 버렸다. 전체적인 내용을 날짜 역순으로 쪼개지 않고 일단 되는대로 하다가 시험을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하지 말고 공부하는 중간중간에 독해랑 쓰기 공부도 같이 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듣기로 단어 공부를 하면서 독해, 쓰기도 조금씩 같이 해야겠다!


PBT냐 IBT냐, 그것이 문제로다

HSK 1급부터 차근차근 시험을 쭉 봐왔었고, 이제까지 1급, 2급, 3급, 4급까지 모두 종이로 보는 시험(PBT)을 봤었다. 2년 전에 종이 시험으로 4급을 보고 떨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시험을 안 보다가 이번 4급 시험은 컴퓨터로 보는 IBT로 봤다. (누구한테 들은 내용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쓰기 시험을 볼 때 IBT가 확실히 유리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는 종이에 중국 한문을 적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IBT로 시험을 보게 되면 키보드로 병음을 쳐서 중국 한자로 변환하여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음을 알고 있으면 입력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었다. (직접 필기 인식으로 한자를 입력할 수 도 있다)

실제로 시험을 치러보니 확실히 한자를 쓰는 것보다 키보드로 병음을 쳐서 입력하는 편이 수월했다. 다만 쓰기 시험은 유리하지만 듣기나 읽기는 종이로 보는 편이 더 좋았다. 일단 시험공부 자체를 연필을 들고 문제집에 풀기 때문에 무언가를 메모하기에도 손글씨가 편하다. 독해 시험을 볼 때 문장을 끊어서 표시한다든지, 지문이나 보기 옆에 한국말로 내용을 적는 등 종이와 연필이 없이 시험을 보자니 답답하다. (IBT 시험을 볼 때는 필기구를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 풀면서 메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시험 응시용 화면 레이아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운영체제(OS)가 Windows였고... 폰트도 한문을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폰트였고, 줄 간격 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필로 문장 성분을 끊어가며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드래그라도 하며 읽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만약 다음 시험을 본다면 PBT가 나을지 IBT가 나을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응시료는 종이 시험(PBT)이 IBT 보다 저렴하다.


말하기 연습을 하면 쓰기에 도움이 된다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중국어 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10명이 넘다 보니 개개인이 혼자 말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은데, 그래도 문장을 만들어서 계속 입으로 뱉을 수 있어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HSK에 말하기 과목은 없지만 말하기 수업을 들으니 쓰기 실력이 확실히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난(2년 전) 시험에서 쓰기가 3과목 중 최하위였는데 이번에 쓰기 시험 성적은 확실히 올랐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불합격 이겠죠...)

쓰기 시험은 2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단어들의 순서를 배열하는 것이고, 하나는 주어진 사진과 단어를 보고 마음대로 문장을 적는 것이다. 말하기 수업을 통해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두 종류 문제 모두 풀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말하기 수업에 나갈 예정!)


일정도 고려해야...

7월은 하루에 15분이든 30분이든 일주일에 4~5일 정도 공부에 시간을 들였고, 8월에는 거의 매일 중국어에 시간을 들였다. 그런데 막상 9월에는 여행 다녀오고 이래저래 다른 일들을 챙기느라 거의 공부를 못했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 벼락치기를 해서 머리에 잔뜩 담아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 2달간 열심히 넣은 것도 잊을 때쯤 시험을 본 꼴이 돼버렸다. 다음에는 응시 시기도 잘 조정해야 할거 같다.


무려 8만 원을 주고 응시한 시험인데 결과가 기다려지지 않는다.

아쉽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번에 더 잘해보는 걸로!


* 표지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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