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홍 Dhong Mar 22. 2016

이런 허세 같은 글은 발행하지 않도록 한다.

2년 전 회사로 가는 버스에서 쓴 글

※ 사설(辭說): 에버노트는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그 가치를 더하는데 오늘 또 한 번 그 가치를 확인했다. 기록을 통한 자기 성찰에 큰 도움을 주는 도구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적어두고 저장할 수 있고, 언제든지 쉽게 찾아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직을 하면서 전 직장에 입사할 때 이루고픈(?) 혹은 성장하고픈, 배우고픈 포인트 10가지를 적어두었던 것이 생각나서 이번 직장에서도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포인트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에버노트에 적어보았다. 노트를 적다 보면 관련 노트들이 뜨는데 (에버노트 프리미엄의 막강 기능!)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트 탐색을 하다가 2년 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본사로 출장 가 있는 동안 숙소에서 회사까지 가는 출근길 셔틀버스에서 5분 만에 작성한 노트를 발견했다. (5분 만에 쓴 줄 아는 이유는 노트를 만든 시점과 최종 업데이트된 시각 사이의 시간 텀이 5분이기 때문이고, 당시 셔틀버스는 빵빵한 와이파이가 되어 바로 싱크가 가능했다)



제목: 본사 출근 2주 차 회사로 가는 버스에서

작성일: 2014년 3월 19일


회사는 여전히 좋다

여기서 회사의 의미를 구체화하자면

회사의 철학, 회사 안의 사람들, 회사의 제품, 회사의 처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도 좋다

나의 역할과 나의 일이 가져오는 결과물 등


스타트업은 ‘성장’이라고 했다

회사가 이미 꽤 커졌지만 여전히 회사는 성장하고 있고 한국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성장하는 회사의 엔진을 달고 추진력을 키움으로써

나 역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


내가 단순히 팬심에 이 회사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회사의 일원이 된다면 이 곳에서 한 경험이 나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나의 높은 기대치에 비해 전혀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하셨지만 이 회사는 나를 배신(?) 하지 않았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 ‘내부고객’을 만족시켜야 외부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회사 내 구성원이 회사를 사랑하고 행복해야 그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 업무 생산성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 전반의 철학이 제품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입사한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사가 좋고 본사 출장도 1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좋다.

오직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좋음은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잠시 접어두고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허세 같은 글은 발행하지 않도록 한다.


뿅!




2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허세가 가득하고 발행하기 오글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하는 이유는! 저때의 글을 읽으면서 이 글이 오늘 적은 글이라고 할 만큼 비슷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똑같진 않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과 일이나 회사에 대해 넘치는 '파이팅' 측면에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 2년 남짓 시간이 나를 한 껏 키워주었듯이 앞으로 헤쳐나갈 여정들이 나를 그리고 나의 동료들, 그리고 우리 회사를 멋지게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 밤 잠들며 나는 이불 킥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용기 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발행하도록 한다. 뿅!




* 표지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남을 위해 쓰는 글, 브런치에 존댓말로 적겠다며 당차게 선언했지만 이전 블로그를 즐겨보던 가까운 동생이 블로그 글이 전 같지 않다 하여 그냥 예전의 어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