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정리법>이 발행되었습니다!
드디어 <일잘러의 정리법>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PUBLY] 일잘러의 정리법: https://publy.co/set/384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마무리하며 소회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4월 30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랐습니다. 아 올해의 1/3 지점을 지나는구나!
이전 글 <어떻게 PUBLY 저자가 되었나>에서 언급했듯, 저는 자발적으로 퍼블리의 문을 두드린 케이스였습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제가 저자로 지원한 것이 2018년 11월 18일이었습니다. 11월에 저자에 지원한 뒤 11월 말에 구체적인 기획서를 작성했고, 12월 초에 프로젝트 승인을 받은 뒤 12월 중순쯤 처음 퍼블리 콘텐츠 매니저님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전화 통화와 이메일, 메신저, 구글 업무 도구 등을 통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졌고 4월 23일(화)에 콘텐츠를 최종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어림잡아 2018년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여정이 2019년 4월 말이 되어서야 끝난 셈입니다. (제가 연말에 긴 휴가 일정이 길어 킥오프가 좀 늦어진 부분이 있습니다. 일정은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퍼블리 작업 사이클은 이렇게 단계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저자 지원 + 기획서 제출
- 계약서 작성 +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 목차 잡기
- 프로젝트 론칭 (예약 구매 시작)
- 목차에 맞게 콘텐츠 작성
- 1차 피드백 반영 / 2차 피드백 반영
- 편집 미팅
- 예약 구매 마감
- 최종 편집 검토
- 발행
(* 중간에 미리 보기 콘텐츠 작업도 있는데 따로 포함시키진 않았습니다)
(** 퍼블리는 이제 펀딩을 통한 예약 구매를 진행하지 않고 PUBLY 멤버십만 진행합니다)
콘텐츠의 뼈대를 잡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 뼈대에 맞게 콘텐츠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초고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는 작업을 한 두 바퀴 정도 돌고, 편집 미팅 후 편집 작업 검토까지 하면 콘텐츠가 완성됩니다.
퍼블리 콘텐츠의 구조를 보시면 알겠지만 한 리포트가 여러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작업을 챕터 단위로 진행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콘텐츠를 작성할 때는 한 챕터씩 쓰는데 뒤에 가면 여러 챕터를 동시에 피드백을 반영하고 검수도 해야 해서 정신없이 돌아가게 됩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목차에 정성을 많이 쏟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책은 제목, 표지, 목차 이 세 개가 거의 전부라고 하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요, 정말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설계도가 잘못되면 아무리 충실히 건설작업을 하더라도 훌륭한 건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목차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이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자 제가 앞으로 책을 만든다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일을 하더라도 -추후 변경될지언정- 초기 기획이나 계획은 중요한 부분인 거 같아요!)
퍼블리 쪽에서 매일 출근하는 것이 기본인 직장인이라는 점을 많이 배려해주셨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난 것 처음 프로젝트 킥오프 할 때 한번, 그리고 콘텐츠 작성을 마친 뒤 편집 단계로 들어가기 전 편집 미팅 한 번, 이렇게 딱 두 번이 전부였습니다. 회사에 반차를 쓰거나 업무시간을 조정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니는 회사는 휴가 사용이나 업무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회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상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진이 빠진 상태라 밥 먹고 좀 쉬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다시 책상 앞으로 몸을 옮겨서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욕심으로는 주말에 작업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제 몸은 이미 주말임을 알고 있는 상태라 자꾸만 소파로, 침대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어디선가 의지를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으로 의지를 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돈을 쓰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무언가 하게 된다는 말이었는데요, 그래서 카페를 많이 갔습니다. 시끄러운 환경은 에어팟을 끼면 해결될 일이었고, 뭔가 밖에서 긴장된 포즈를 유지하면 30분이든 1시간이든 집중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집 근처나 회사 근처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은 경우에는 극약처방으로 휴가를 쓰고 퍼블리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에 있는 카페에 가서 작업을 했습니다. (직장인에게 연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들 아시죠 T T) 집도 회사도 경기도인 내가 이렇게 휴가까지 쓰고 삼성동까지 왔는데 설마 딴짓을 하겠나 하는 생각이었고 다행히 효과는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은... 퇴근해서 저녁먹고 소파에서 넷플릭스 보고, 책 읽고, 인스타그램 하면서 시간을 뭉개다가 간신히 12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컴퓨터로 2시간 정도 또 딴짓을 하다가 2시가 되어서야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며 4시까지 작업을 한 경우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근무시간 선택이 자유로운 편이라 이런 날에는 오전 11시에 출근했습니다)
안 쓰던 뽀모도로 타이머를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 타이머를 구매한 것은 아니고 Mac 앱이나 iOS 모바일 앱을 사용했습니다)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뽀모도로 테크닉이 있는데요, 일부러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나도록 해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며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힘든 부분은 바로 심적인 부담감! 누군가 이 콘텐츠를 돈 내고 사서 본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갔습니다. 쓰면 쓸수록 별거 아닌 것 같고, 이게 도움이 되긴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생각에 마음이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혼자라면 쉽지 않았을 텐데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서 의지하며 나갈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브런치를 운영한 지 꽤 오래되었고 이래저래 누적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로 열람되는 것과 색다른 느낌입니다. 2019년 5월 4일(토) 오후 1시 18분 기준으로 1,448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예약 구매를 통해 펀딩에 참여하셨거나, 현재 퍼블리 멤버십을 유료로 구독하신 분들이 이만큼 읽으신 것인데요. 저로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만약 제가 직접 출판을 했다면 1500권의 책을 팔 엄두는 안 났을 것 같은데요. 퍼블리 덕분에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리포트가 발행되고 나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혹은 직접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가까운 분들이라 그런지 좋은 코멘트만 주고 계신데요, 퍼블리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읽으신 분들이 남겨주신 평점(만족, 보통, 불만족)이나 코멘트가 고스란히 게시되어 있습니다. 좋은 평가도 있지만 쓰디쓴 평가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든, 부정적인 평가든 그 나름대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일과 나, 혹은 내가 작성한 콘텐츠와 나를 분리하는 연습이 어느 정도 되어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남들이 좋게 평가한 책이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크게 상처 받진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ㅎㅎ)
먼저 제 콘텐츠를 구매해주신 분들,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곳에서 그리고 모르는 곳에서 제 콘텐츠를 홍보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들어갔는데 제 콘텐츠를 열홍보 해주신 트윗보고 감동을 우걱우걱 ㅜㅜ)
이런 멋진 플랫폼을 만들어주신 퍼블리팀과 이번 여정을 함께 해주신 김진영 매니저님, 이영림 에디터님, 박혜강 에디터님께 감사드리오며, 소파에 늘어져 있는 저를 보며 '퍼블리 안 해도 돼? 나가자'를 외쳐준 짝꿍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어쨌든 끝나니까 넘 좋습니다!!!!!!!!!!!!!!!! 이제 다시 안락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죄책감 안 느끼면서 책 마구 읽을 거고요! 중국어 공부도 다시 시작해서 시험도 볼 거예요! 그리고 호옥시라도 용기가 생기면 (일잘러의 정리법 말고) 제 책도 한 번 만들어 볼라고요!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